카드수수료의 꼼수
카드수수료의 꼼수
  • 최형재
  • 승인 2011.12.1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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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식당에서 카드를 꺼내려면 마음이 불편하다. 남부시장에서는 불편함을 넘어 미안함 마음에 카드를 내밀지 못한다. 과거 정부는 국민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그 결과 1990년 카드 이용률이 5% 내외이더니 2000년 42%, 그리고 2010년은 62%까지 증가했다. 세금탈루를 막고,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현금 거래를 악용해 세금을 적게 내는 사업자들이 있기에, 이런 조치를 국민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흐름에 카드남발이 걱정될 정도로 국민 한 사람당 평균 4-5개씩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알고 보니 국민은 속았다. 이용자들이 카드를 내밀 때마다 신한, 삼성, 국민 등 대기업과 카드전업사들은 떼돈을 벌고 있었다. 카드를 사용하면 국가와 경제를 위해 좋은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는 카드사 배를 불리는 일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약 2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각 가맹점 즉, 점포나 가게에서 손님들이 내민 카드에서 많게는 3.6%씩을 떼어간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한해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가게에서 순수익 천만 원이 남았다면 카드수수료로 360만원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카드사들은 또, 상식과 달리 영세하고 힘없는 중소자영업 가게는 비싼 수수료를, 골프장이나 대형마트, 백화점 대기업 업계에는 약 1%대의 낮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골프장에는 1.5%의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안경점은 3.6%다. 이것은 잘못되어도 한 참 잘못된 것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측은지심이 있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혜택을 주고, 잘 사는 사람들은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을 주문한다. 그런데 카드사들은 그 반대로 행동했다.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는 중소자영업자에게 고가의 수수료를 물린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카드수수료를 개선하고자 그동안 중소자영업자들은 솥뚜껑 시위니, 냄비투쟁이니 하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들은체 만체 했다. 여야가 모두 중소자영업자 수수료를 인하 하라도 요구하고, 가맹점 업주들의 전국적인 시위가 계속되자 그제야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수수료를 찔끔 내리겠다고 한다. 참으로 염치없는 태도다.

경제적으로 봐도 매출이 적은 가게들에게 수수료를 더 많이 매기는 것보다 큰 가맹점에서 수익을 챙기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경제적 어려움이 큰 소규모 가맹점을 우대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정글자본주의 경제논리로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정글 법칙이 적용되는 사회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강자와 약자가 최소한 공정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가 문명사회, 선진사회를 지향한다면 강자의 폭력과 전횡을 제도적으로 막아 약자들에게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는 그러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는 강자들을 위한 합리화 도구로 전락했다. 한미 FTA가 대표적이다. 강자들은 자유무역과 관세철폐로 수출을 늘리고, 원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수입이 자유화되고, 관세까지 없어져 값까지 싼 미국산 농산물과 경쟁해야 한다. 한마디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가의 주권인 사법권을 위협하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더욱 참담하다. 한 나라의 주권과 통치기능을 위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심지어, 공무원들이 소송을 두려워해 처음부터 국민을 위한 위민행정을 포기하거나, 계획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직접적인 소송보다, 소송 자체를 두려워하며 소극적인 국정운영으로 국익을 해칠 공산이 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문제들을 두고도 정치권은 연일 자중지란이다. 심지어 개그콘서트에 어울리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은 대한민국 정당민주주의 자체를 포기하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 여러모로 정치가 국민에게 낮 부끄럽다. 동토가 되어가는 한국정치에 따듯한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최형재<전 전주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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