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을 배려하는 방학
꼴찌들을 배려하는 방학
  • 문창룡
  • 승인 2011.12.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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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순수하고 생명력이 있다.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이며 어른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주변 상황에 항상 민감하므로 정보에 매우 밝다. 칭찬에 쉽게 반응하고 보상에 약하다. 따라서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에 미성숙한 점도 많다. 단순하며 집중력이 약하다. 자기중심적이며 싫증을 잘 낸다. 직설적이며 생각 없이 말을 툭툭 내뱉는다. 이런 아이들의 말에 상처를 받는 어른들이 상당수 있는데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많다. 인터넷이나 영상매체에 노출되어 매스컴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비속어나 외계어도 거침없이 사용한다. 사회적 시류에 따른 선행학습의 여파로 학습에 흥미가 없고 아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도 정작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이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어떤 학급을 막론하고 한 학급을 표집 조사해보면 위에서 열거한 특징을 가진 아이들이 골고루 섞여있다. 수업태도가 좋은 아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다. 예습 복습을 잘하는 아이가 많은 반면 학습 이해가 매우 느린 아이도 부지기수다. 아이들의 특징을 정량화해서 그래프로 나타내보면 놀랍게도 정상분포곡선이 그려진다. 정상분포곡선이란 그 집단의 성향이 매우 정상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따라서 그 학급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정상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도하는 교사의 가치관이 절실하다. 그만큼 정상분포곡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며칠 후면 다시 방학이다. 방학이 되면 정상분포곡선의 상위 몇 퍼센트를 위한 영재학급이 열리기도 하며 대학생 멘토링제와 같이 하위 몇 퍼센트를 위한 부진학생특별반이 운영되기도 한다. 주최하는 기관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강좌들이 개설되는데 그곳의 프로그램들을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에 속하지 않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불행하게도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소질 계발을 위해 스포츠교실과 같은 특기적성교육을 받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방학 풍속도다.

이번 방학에는 꼴찌들에게 용기를 주며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기회를 주는 국가적, 사회적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던 아이에게는 그 방법을 가르쳐주고 정규학습시간에 학습결손이 난 아이에게 다시 한번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기업가들의 각종 기부금을 이곳에 쓰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전전 긍긍하는 대학생 인력을 이곳에 활용하는 것은 일거양득이다.

혹시 어떠한 경로를 통해 사랑스런 꼴찌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한다. 꼴찌들은 공부가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므로 우선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 하나를 가르쳐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좋고 많은 학습양은 금물이다. 생활에서 소재를 찾을수록 효과가 있으며 구체적인 물건을 사용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울러 쉬운 용어로 쉬운 문제부터 반복하여 가르치는 것도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필요하다면 낮은 학년의 문제를 가르치는 것도 개의치 말아야 한다. 학문의 위계 때문이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공부에 싫증내는 아이가 있다면 학습을 더 진행하지 말고 관심을 다른데 돌렸다고 다시 수업을 시작하는 혜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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