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반란(叛亂)을 일으켜라”
“젊은이여, 반란(叛亂)을 일으켜라”
  • 김대곤
  • 승인 2011.12.04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지역 미술대학(원광대 군산대 전주대) 학생들의 졸업전시회가 11월30일부터 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개막식에 참석했다. 축사를 부탁받았다. 그런 축사는 대개 판에 박힌 내용이다. 우선 학생들에게 축하하고, 학생들을 지도해주신 교수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마지막으로 전시공간을 제공해준 미술관측에 감사 드린다고 하면 ‘축사 끝’이다.

‘공식적’으로 축사하겠노라고 말문을 열었다. 먼저, 도립미술관 측의 배려에 감사했다. 미술관 입장에서 대학생들의 초청전시회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흥재 도립미술관장도 학생들에게 전시공간 제공하는 게 전시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반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관장은 미술관이 미대생들에게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공공 공간은 기본적으로 공중(公衆)에 제공된 공간이다. 공중이 누구인가는 학자들의 토론에 맡기자. 도립미술관은 전라북도민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게 상식이다. 거장들의 전시가 도립미술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걸맞을 수 있겠지만, 미대생들에게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관장의 생각이 상식에 부합된다.

학생들도 그 점을 인식하고 있을까? 이관장은 미술관에서 졸업전시회를 한다는 게 쉬운 경험은 아닐 거라고 말했다. 나도 동의한다. 지금은 별 게 아닌 걸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훗날 미술관의 전시공간이 필요해졌을 때, 그 문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쉽지 않은 기회를 가지게 된 학생들은 긍지를 가져도 된다.

전시회에 작품을 건 학생들은 축하 받을 만하다. 졸업전시회는 대학생활의 결산. 많은 학생 중에서 선발된 이들은 열심히 대학생활은 한,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한 학생들이다. 그들의 수준을 평가할 능력은 내게 없지만, 어느 집단에서건 남보다 뛰어나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안다. 더욱이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작품 비교는 시야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들에게 무슨 말이 축사가 될까? ‘젊음이 좋다.’라고 흔히 말하는데, 젊음이 왜 좋은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있겠지만, 그 말이 가슴에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그 나이 때 내가 그랬고, 젊음이 좋은지는 나이가 들어봐야, 또 젊음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절감하는 단어이기에 그렇다.

그 좋다는 젊은 시절에 무얼 해야 하나? 나는 모든 것에 반란(叛亂)을 일으키라고 주문했다. 눈 앞에 있는 모든 권위를 부정하고, 강요되는 상식을 거부하고, 배운 것 모두까지를 박살내는 반란을 일으키라고 당부했다. 은혜를 모르는 건방진 젊은이라는 소리도 듣고, 주제파악 못하고 까분다는 비난도 받겠지만, 그 반란이 없다면 내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반란은 개인을 위해 시작하겠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단초로 평가될 것이다.

이런 내용을 말로 하기는 쉽다. 나이깨나 먹은 사람은 그런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쉽게 할 수 있는 얘기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얘기인 줄도 안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새로운 세상을 위해 나름의 반란을 일으켰다가 좌절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러진 반란의 깃발을 안고 기득권의 벽 앞에서 거꾸러져야 했는가?

여러 질문이 머리를 누른다. 문화는 생활의 여유에서 나온다는데, 팍팍한 요즘 세상에서 이들은 자신의 예술혼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스펙으로 무장한 학생들에게도 힘든 생활전선에의 진입은 가능할까? 더 근본적 의문, 기본적 생활이 어려운 예술가에게도 반란은 가능한 것일까? 반란 종용이 무책임한 일은 아닐까? 생각하는 게 많아진 나이 든 사람의 고민이다. 다시 머리를 스치는 해답, 원래 젊은 예술가의 반란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왔다. 결론은 다시 “손해 볼 것 없는 당신, 모든 것에 반란을 일으켜라!”. 미술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김대곤<원광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