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워터 헤저드와 20대
71. 워터 헤저드와 20대
  • 문창룡
  • 승인 2011.11.29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프로 골프 선수들이 연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100승 고지를 훌쩍 넘겼다. 대단한 일이다. 신지예, 서희경, 유소연, 최나연, 박희영 등 많은 한국의 20대들이 세계 골프 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것이다.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모래로 만들어진 벙커나 바다, 호수, 강, 연못과 같은 워터 해저드의 위기를 잘 극복해 내야 한다. 언어의 벽도 넘어야 하며 기술과 정신 모두 세계 정상급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세계대회 100승 달성은 운이나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골프하면 박세리 선수를 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에 처해 온 국민이 낙담해 있을 때다. 박세리 선수가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워터 해저드 근처에 빠진 공을 멋지게 탈출시키던 장면은 절망에 빠진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 뒤 양희은의 노래를 배경으로 박세리 선수의 모습을 담은 공익광고는 전국에 오랫동안 방영되었다. 세계 대회에서 100승을 올린 우리 선수들을 박세리 키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골프 경기를 하면서 워터 해저드에 공이 빠져버리면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을 잃어버려 속상한 것은 두 번째 치고 벌타와 함께 앞으로 진행될 경기에 좋지 않은 영양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기의 중요한 순간이면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워터 해저드에 공이 빠지는 것을 원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염려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미 FTA와 같은 민감한 국제 문제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국가부도 위기, 낮은 경제 성장률과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진입,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주거환경, 빨간불이 켜진 고용시장 등을 언론에서는 연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시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대들의 미래를 많이 염려한다. 고비용과 저효율의 힘든 젊은 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 20대를 걱정해서다. 높은 등록금과 긴 학업기간, 그러함에도 낮은 취업률이 그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20대를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20대가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다. 공감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보석과 같은 우리나라의 20대들을 물속에 몰아넣고 싶지 않아서다. 그들은 그들의 보폭과 그들의 방법으로 사회의 코드를 읽어내며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렵지 않았던 시절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전란과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과 같은 어려움을 겪으며 잿더미가 되다시피 한 조국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세계 10대 무역국의 위상을 만들어 낸 저력이 있다.

지금 우리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고 말하는 절망감이 아니라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동력을 찾아내는 지혜다. 선조들이 만들어 낸 유산에 대한 자긍심이며 미래에 대한 소망이 충만한 청년정신이다. 난관을 돌파해 나가는 용기이며 자신감이다. 다만 도처에 산재한 워터 해저드와 같은 위기를 발견한 기성세대가 있다면 천 마디 염려보다는 그 옛날 박세리 선수처럼 물속으로 들어가 솔선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을 보여줄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