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박성우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 송민애기자
  • 승인 2011.11.28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척박한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정감어린 풍경, 투명하면서도 정갈한 언어로 빚어내는 삶의 감동.

한 편의 풍경화를 그려내듯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담아온 박성우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출판사 창비)’을 펴냈다. 지난해까지 정읍 산내면에 거주하며 시골 정서를 만끽해온 시인인 만큼 이번 시집에는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시골 마을의 질박한 풍경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동안 직접 몸 부대끼며 겪은 체험과 일상을 정갈한 언어로 일구어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것이다. 그간 감각적이고 정밀한 언어로 한국 서정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시인.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더욱 세밀해진 감각과 곰삭은 시어로 깊이와 성숙함을 더했다.

시인이 그려내는 시골 마을의 풍경은 무척이나 정감있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병원에 모셔다드린 보답으로 “지팡이 앞세우고 물어물어,” “족히 일년이 넘게” 집을 수소문하여 “참깨 한 봉지”(「참깨 차비」)를 들고 찾아오신 할머니, “닭서리”를 하다 들키자 닭 주인집 “논두렁과 밭두렁 우거진 풀”과 “동네 진입로며 마을 안길 가녘의 수북한 풀”까지 “시원시원” 베어내는 것으로 닭값을 대신하는 “한동네 환갑어른”(「닭값」).

이런 이웃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시인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아, “윗집 할매”가 “내 텃밭에 요소비료를 넘치게 뿌려” “상추며 배추 잎이 누렇게 타들어”가도 원망은 커녕 “비울 때가 더 많은 내 집을 일없이 봐주”시는 할머니에게 “콩기름 한 통 사다가 저녁 마루에 두고”(「별말 없이」) 오는 선한 마음을 베풀며 살아간다.

특히 공동체적 삶의 회복을 지향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농경문화적 전통이 살아 숨쉬는 “외딴 강마을”(「자두나무 정류장」)에 주목하고 있다. “발 동동거릴 일 없이 느긋”(「나흘 폭설)한 그곳에서는 ‘나’와 ‘너’의 경계도 없고, 손익을 따지는 약삭빠른 계산도 무의미하다. 한 사람이 먼저 베풀면 자연히 그에 대한 보답이 이어지는 순박한 마음이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남달리 따뜻한 시인의 시선은 이웃은 물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성찰하며 생명의 근원을 파고든다. 강변을 걷다 발견한 고라니뼈에서 “물 한 모금과 목숨이 아무렇게나 뒤엉킨 시간”(「고라니뼈」)을 보며 자연과 생명의 섭리를 일깨우는 시인은, “씨앗 묻은 일도 모종한 일도 없는”데 “소나무에 호박넝쿨이 올”라온 “뜬금없는” 일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생명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깨닫는다.

이처럼 시인은 이웃 혹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의 풍경을 통해 갈피갈피 삶이 주는 작은 감동과 따뜻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