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제도..무엇이 문제인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무엇이 문제인가?
  • 최낙관
  • 승인 2011.11.25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장애인계는 커다란 제도적 변화 속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왜냐하면, 2007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시행되었던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이 2011년 10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제도를 막론하고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시행은 제도 정착기에 다소간 적응을 위한 혼란과 몸살을 앓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새롭게 출발하고 있는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적응압력을 넘어 제도의 불신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처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신뢰의 위기는 크게 급여축소와 서비스이용자의 본인부담금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예컨대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기존의 활동보조 이외에 방문목욕과 방문간호를 추가로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인 장애인의 자립생활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는 돌봄서비스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대상도 장애등급 1급으로 한정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나아가 서비스 이용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이전의 활동보조보다 높고 급여량 또한 장애인계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급여축소는 관련법의 개정으로부터 야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행제도의 근간이 되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을 제정하면서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법 제55조(활동보조인 등 서비스 지원)를 개정하면서 지자체에서 추가적인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한 조항이 삭제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속에서 지자체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추가적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중증장애인에게 더 이상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은 장애인복지법 ‘제4장 자립생활 지원’에 근거해 활동보조인을 파견해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해 왔다. 나아가 장애정도가 최중증이거나, 독거 등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추가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더 제공하도록 법에서 그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에서는 자체예산을 통해 최고 120시간까지 최중증의 장애인과 독거장애인에게 추가적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한바 있다.

서비스이용과 관련된 본인부담금 또한 장애인활동지원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저항하는 중요한 이유로 볼 수 있다. 기존 활동보조서비스에서는 차상위 초과가구의 장애인 자부담을 3~8만원까지 정액으로 차등부과 했지만 활동지원제도에서는 6~15%의 비율로 차등부과하게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장애인들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서비스이용을 대가로 지급하는 본인부담금은 고하를 막론하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복지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가구소득이 낮은 장애인가구에 자부담의 증가는 더 큰 부담이 된다면서 급여기준의 재조정과 자부담 정률제의 시정은 물론, 나아가 자부담을 폐지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의 “장애인활동지원 희망약속 서명식”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조치로 서울시는 장애인활동지원 추가사업에 대한 본인부담금 면제를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이를 통해 한편으로는 장애인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과 사회통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현행 제도적 틀 내에서 2급 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시행주체인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장애인등급심사를 받아야 하는 한계가 있음에도, 서울시의 사례는 정파와 이념을 넘어 다른 지자체에 신선한 충격과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활동보조서비스로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되었다. 이제는 이 제도가 안정적인 정착을 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지역 간 격차와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을 고려할 때 장애인활동지원과 같은 사회서비스의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본 제도가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책임성 있는 역할인식과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에 대한 특혜나 배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권리로 인식될 수 있는 성숙한 복지사회가 정착될 수 있도록 대승적 정책결정이 요구되는 때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