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이탈리아 피렌체
<4>이탈리아 피렌체
  • 장정철기자
  • 승인 2011.11.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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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건출물과 문화유산, 자연환경 등이 잘 보존된 이탈리아 피렌체 전경
이탈리아 수도 로마를 출발해 120㎞를 달리면 슬로시티의 발상지인 고성의 도시 오르비에트가 나오고 북쪽으로 좀 더 달리면 피렌체가 나온다.

피렌체 사람들 역시 전통을 보존하고 느리게 움직이며 옛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슬로푸드를 먹으며 산다. 그들은 전통적 건축양식, 공예와 요리를 보존하기 원하고 도심내 공원을 조성하는 등 도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에 늘 고민하고 있다.

오르비에트의 중세 거리뿐 아니고 피렌체 거리에도 전기 버스들이 조용하게 달리고 도심내 승용차 진입을 차단하는 등 환경과 대기보존을 위한 노력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사실 영어 단어로 ‘slow’는 단순히 느리고 어수룩하고, 비효율적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어로는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다. ‘Citta Slow’라고 불리는 슬로시티운동이다.

‘slow’는 풍요롭고 긍정적이며, 감성을 충만하게 하고, 함께 대화를 할 시간을 유지하는 웰빙 라이프 스타일을 함축한다.

최근 유럽의 주요 도시들이 슬로시티를 잇따라 받아들이고 있다.

중소도시나 옛 고성 도시에서만 적용했지만 이제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등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피렌체 역시 도심 상업지구에 진입하는 외부 운전자들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외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10여분 이상을 걸어야 도심 중앙으로 들어갈수 있다.

만약 이를 어길시에는 신호등에 설치된 카메라가 이를 적발해내 엄청난 과태료가 부과된다.

피렌체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한결같이 “이제 유럽인들도 슬로 시티에서 살고 싶어하고 느리게 사는 미학, 슬로푸드, 전통적인 삶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피렌체는 두오모를 비롯해 성당이 상당히 많고 고루 분포돼있다.

또한 공간적으로, 기능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르노강 안쪽에 형성된 피렌체 시내는 귀족들의 대저택이었던 팔라치오와 서민 주택이 꽉 들어차 있다.

중간에 성당을 중심축으로 광장이 형성되어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피렌체는 17세기부터 문화와 경제가 쇠락해 이탈리아의 조용한 시골로 남아 있다가 19세기 이후 여행의 도시로 각광을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고대의 건축물과 문화유산, 자연환경 등이 잘 보존돼 있어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유럽에서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슬로시티로 각광을 받고있다.

이탈리아의 한 언론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시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피렌체가 “주민들에게 자연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도시”라고 답했다.

피렌체는 우리의 바쁜 삶과는 달리 여유가 넘치는 슬로시티다.

주민들 모두 자연속의 도시에서 느리게 여유를 찾으며 살고 있고 도심을 흐르는 아르노강 역시 운치와 함께 도시민에게 또 하나의 여유를 심어준다.

이탈리아 슬로시티 운영은 거주자가 5만 명 이하의 도시에서 주민들간의 약속으로 이뤄져있다.

슬로시티는 지독한 소음공해와 교통량을 절대적으로 줄이고 녹지와 보행자 보호구역을 늘리는 작은 실천운동에서 시작된다. 지역의 특산품을 생산하는 농민과 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과 상점을 후원하는 것, 각 지방의 특색 있는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다.

슬로시티 운동은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자 하는 도시민의 새로운 욕구와 맞물려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지금까지가 무조건적인 개발위주였다면 이제는 느리게 사는 미학과 삶의 여유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슬로시티는 유럽을 넘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장정철기자 jang@

 

 

<기고> 자문단 이종석 도 문화관광국장

전북도가 슬로시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슬로시티는 이제 삶에 대한 관점의 문제이고, 방식의 문제이고 나아가 철학의 문제가 되고있다. 그러나 단순한 의욕에 앞서 풀어야할 과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주민들의 참여의식과 의지도 성공의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다고해서 슬로시티가 경제적 풍요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풍요로움이 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생활의 조건을 스스로 그리고 공동체적으로 제한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미친 듯이 벌지 않아도 자족하고 그 속에서 행복하며, 또 우리 이웃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면 굳이 우리는 왜 벌어야 하는지도 모른채 죽자사자 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연히 슬로시티는 단기속성의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슬로시티 운동에 대해서 전라북도 전체가 좀더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정말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미래에 전라북도가 추구할 행복함의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민선 5기의 전라북도가 거의 1년여에 걸친 고민 끝에, 더구나 ‘새만금 이후’를 준비하면서 슬로시티에 주목했다는 자체가 놀라운 변화다.

여기에는 GRDP를 높이는 것이 곧 행복을 보장해주는가에 대한 질문이 포괄되어 있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어쩌면 전북형의 성장공식이 아닌 행복공식이 찾아지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2012년 전라북도 도정의 핵심목표인 ‘삶의 질 향상’에서 슬로시티는 그 첫 번째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전북형 슬로시티는 이제 그 멀고 험한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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