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지나친 포지션 파괴 독
조광래호 지나친 포지션 파괴 독
  • /노컷뉴스
  • 승인 2011.11.17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조광래호의 화두는 포지션 파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과감히 처진 스트라이커로 올려서 재미를 봤다. 또 중앙 수비수 김영권(오미야)을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세우고, 미드필더 김재성(포항)과 공격수 조영철(알비렉스 니가타)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그동안 조광래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발굴했다. 이용래를 비롯해 K리그에서도 무명이었던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하지만 선수 기용 패턴을 살펴보면 각 포지션에 최적화된 선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11명을 미리 꼽아놓고 그 선수들을 어울리는 포지션에 집어넣는 느낌이 강하다.

구자철, 김영권 카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나머지 포지션 파괴는 실패였다. 김재성과 조영철은 오른쪽 측면 수비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고 이후 좀처럼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중앙 수비수 이재성(울산)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변신도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15일 레바논전도 마찬가지였다. 중앙 수비수 홍정호(제주)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고 기존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이용래(수원)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또 공격수 손흥민(함부르크)에게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맡겼다. 아랍에미리트(UAE)전 후반에 괜찮은 활약을 보였던 조합이었지만 레바논전에서는 그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조광래 감독 스스로 포지션 이동의 실패를 인정한 경기였다. 후반에 위치 변화를 준 것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한 꼴"이라면서 "수비수의 경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포지션인데 근본적으로 포지션 변화를 통한 선수 기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이승기와 서정진(전북), 손흥민은 지금까지 실전에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없어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지나친 포지션 파괴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익숙한 포지션에서 100% 기량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조광래 감독은 각 소속팀의 해당 포지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가 있음에도 굳이 포지션 파괴를 추구하면서 조직력에 문제가 생겼다. 덕분에 그토록 부르짖던 '만화축구'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포지션 파괴는 팀 전력이 안정되지 못한 탓이다. 최종예선, 더 나아가 월드컵까지 바라보고 안정된 스쿼드를 꾸리고 전술을 완성해야 하는데 팀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측면에 세우고, 측면 공격수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실험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내년 2월 쿠웨이트전에서 패할 경우, 최종예선도 진출하지 못한 채 월드컵 꿈을 접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처럼 긴 시간 훈련하면서 새 포지션 적응도를 높이는 것도 힘들다. 결국 무리한 포지션 파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노컷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