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탈리아 오르비에트
<3>이탈리아 오르비에트
  • 장정철기자
  • 승인 2011.11.17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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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비에트 전경
“잘 먹고 잘 살자. 스스로 삶의 리듬을 선택하자. 미각의 권리와 음식이 주는 쾌락을 되찾자”

이것이 바로 슬로푸드 선언문이며 슬로시티 운동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2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의 시장으로 재직중이던 파울로 사투르니가 마을 주민과 세계 사람들을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탈리아 오르비에트를 필두로 그레베, 브라, 포시타노 등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는 4개 도시의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20여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도시가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잇따라 가입하면서 슬로시티 운동이 본격화됐다.

국제슬로시티 운동의 본산인 이탈리아 오르비에트는 빠른 삶으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의 마을 입점을 막고 친환경 우리농산물, 먹거리를 통한 전통적인 삶을 주창했다.

이것이 향후 슬로푸드와 슬로시티로 확대·재생산됐고, 특색없는 스탠다드를 거부하는 주민운동으로 이어졌다.

최근 세계적으로 슬로시티와 슬로푸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주시가 최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슬로시티로 지정을 받으며 각계의 관심을 받으면서 슬로시티 본고장 이탈리아 오르비에트를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피렌체쪽으로 고속도로를 100㎞쯤 달리면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옛 성곽으로 둘러싸인 요새같은 도시가 있다.

바로 오르비에트다.

오르비에트는 이탈리아에서 대표적인 슬로푸드 본고장이다.

▲ 슬로시티 본부

오르비에트 시장은 슬로푸드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주민들을 자연친화적이고 생명존중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이끈다. 오르비에트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슬로시티 운동’의 발상지이자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10월 오르비에트와 인근의 그레베, 브라, 포스타노 등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마을들이 세계를 향해 제발 느리게 살자고 호소했다. 당시 그레베 시장이었던 파울로 사투르니니가 제안한 이 운동은 예상보다 급속도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처음 슬로시티는 패스트푸드에서 벗어나 지역음식의 중요성을 재발견하자는 슬로푸드에서 시작됐다.

슬로시티는 인구 5만명 이하 지역 중 대형마트나 패스트푸드점 등이 없고 전통문화와 유기농법에 의한 지역 특산물 보유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슬로시티 로고는 마을을 등에 지고 가는 달팽이다.

오르비에트가 슬로시티국제연맹 본부를 유치한 이유다. 현재 세계에는 약 20개국, 123개의 슬로시티가 있고 이탈리아가 67개로 가장 많다.

최근 찾은 오르비에트는 마을 입구부터 삶의 여유가 느껴지고 주민들의 친환경의식이 대단했다.

외부인들은 마을 언저리에 위치한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해놓고 걸어서 마을을 진입할 수 있다. 차량 진입을 철저히 막은 것인데 여기에 마을 곳곳을 둘러봐도 외국계 패스트푸드나 요란한 음식점들을 찾기 어렵다.

지역 고유의 전통을 찾고 지역민과 함께하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관광명소가 됐고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유럽인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패스트푸드 대신 전통 생 소시지와 지역에서 나는 와인, 슬로푸드 철학, 잘 먹으려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없어야 하는 것, 대기오염과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해 마을 광장에 차량을 통행금지 시키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더 이상 개발이나 몸집 키우기가 도시의 경쟁력이던 시대는 지났다.

마을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오르비에트 국제슬로시티연맹 건물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조용했다. 슬로시티 운동을 이끄는 건물이 화려하게 요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논리다.

이 곳이 전 세계의 슬로푸드 운동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곳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지만 여기서 일하는 근무자들을 만나보니 이들의 정신과 의지야말로 대단했다.

이탈리아 오르비에트=장정철기자

■<인터뷰>오르비에트 슬로시티연맹 홍보담당 피에르 조르지오

▲ 피에르 조르지오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빠른 생활과 반대되는 개념이 슬로시티 운동입니다.

다시 말해 패스트푸드를 거부하고 자연환경 속에서 지역 고유문화를 느끼며 쾌적한 삶을 향유하기 위한 운동이 바로 슬로시티이자 슬로푸드입니다.

피에르 조르지오씨는 “전통적인 맛과 요리법은 곧 역사의 기록이며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의 전통적인 음식이야말로 슬로푸드 운동에 제격이다”고 말했다.

우리음식의 뿌리와 전통을 지키는 전주와 한옥마을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특히 그는 “아직 슬로시티 초보단계인 전주는 세계 유수의 다른 지역들의 성공사례를 찾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한뒤 “5만명 이하의 소도시가 지정되는 것이 관례인데 65만 대도시인 전주 한옥마을 일원의 지정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옥마을 인근의 수백년된 한옥은 서울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슬로시티로 지정을 받으면서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앞으로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완해야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갑작스런 관광객 급증에 따른 치안과 절도, 주정차 대란, 쓰레기 문제 등은 향후 풀어야할 과제다.

피에르 조르지오 홍보담당은 “전주가 앞으로도 원래의 정신과 색깔을 잃지 않고 한옥마을을 보존·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탈리아 오르비에트= 장정철기자 jang@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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