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상식이다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상식이다
  • 김정훈
  • 승인 2011.11.16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왕조시대의 권위에 의해서도 눌려지지 않는 인간 본성으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권리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교사와 공무원이다.

최근 일부 보수언론의 ‘수업 시간에 일부 교사가 정치편향교육을 했다’는 의도적인 보도는 수업 상황과 전후 맥락 그리고 수업 연관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교육현장을 도매금으로 난도질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급기야는 보수단체 간부가 “전교조 선생의 편향된 이념 교육을 하는 현장을 녹음해 오는 학생에게 <5만원 상품권>을 드리겠습니다.” “<한미FTA 비준안이 매국이라며 촛불집회에 참석하라는 교사의 말을 녹음>해 오시면 <10만원 상품권>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트위터 공고를 내는 지경이 되었다. 버젓이 학생에게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라는 선동이 있지만, 교육현장의 수업조차 보수 지배논리로 억압하고 교사-학생 간의 교육활동의 신뢰를 깨버리는 비교육적인 처사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교사와 공무원에 대해 ‘표현의 자유’의 중심축의 하나인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정희 독재와 80년 광주5.18을 교과서에서 지워버리려는 교과부의 폭압은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며 정권의 시녀이길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역사적인 퇴행이다. 극우적으로 왜곡된 정권의 시각을 바로잡는 지극히 교육적이고 학문적인 활동조차 ‘정치행위’라고 몰아붙이려고 교사와 공무원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고 되어있다. 이는 국가와 정권에 대해 교사와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는 ‘권리’라는 것이지,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다. 정권의 일방적인 이해와 정치적 지시와 강요로부터의 중립을 보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하위 법률에 의해 교사와 공무원은 기계적인 정치중립의 ‘의무’를 강요받으며 정치기본권을 박탈당하는 반헌법적인 지위에 머물러 있다. 그 중립은 물론 정치권력에 대한 순종의 중립일 뿐이다. 헌법은 결코 기계적인 중립을 내세워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제약하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자.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호주…대부분의 나라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교원노조는 오바마 대통령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며 지지 선언까지 한다. 올해 6월에는 UN인권이사회가 한국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규정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헌법재판소는 교사와 공무원이 직위를 이용하지 않는 선거기획이나 집행참여까지 금지시키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교사와 공무원도 국민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의 교사와 공무원들은 신분을 유지한 채 의회에 상당수가 진출한다. 생활이 정치이기 때문이고 정치가 생활이기 때문이다. 쌀값, 교재비, 급식비, 교육제도, 교통요금, 통신비, 집값, 물가, 의료보험, 연금... 이 모두가 생활 현장이고 정치가 아닌가? 내 삶이 학생의 삶이 학부모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교사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공무원 개인의 정치적 자유까지 침해하고 제한하고 있는 것은 교사와 공무원을 국민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찾아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진입하는 시금석인 것이다. 정당에 월 오천원, 만원 후원했다고 교사와 공무원을 직장에서 쫒아내고 이천명 가까이를 재판정에 세우는 정권과 정치검찰은 정작 그들을 지지하는 교사와 공무원에게는 고무줄 잣대를 사용했다. 정말 이러한 정치탄압은 웃음거리다.

교사와 공무원의 입을 막으면 제대로 된 사회가 될 수 없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은 당장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김정훈 <전교조전북지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