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내 대학들의 생존전략
(2)국내 대학들의 생존전략
  • 한성천기자
  • 승인 2011.11.15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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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퇴출의 서막이 열렸다. 한국대학사회에서 ‘경쟁력 상실=퇴출’이란 등식이 현실화된 것이다. ‘반값 등록금’ 논란은 부실대학 구조개혁의 필연성을 대학사회에 화두로 던졌다. 그리고 급기야 ‘퇴출 대학’이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남 순천의 명신대(4년제)와 강진의 성화대학(전문대)에 대해 학교폐쇄 방침을 11월 7일 확정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당국에 의해 대학이 강제 폐쇄되는 것은 광주예술대(2000)와 아시아대(2008)에 이어 3년 만의 일이다. 대학사회가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대학의 부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던 대학사회는 과거형이 됐다. 문제는 퇴출 칼바람을 풍전등화 격인 부실대학이 아직도 남았다는 점이다. 이에 지방대학들이 무한경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는 전북 외 지역 대학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1 경주대학교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는 철저하게 지역기반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강봉원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문화재학과는 고고학, 미술사, 금석문, 역사학, 문화재보존 등 종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전문성을 인정받은 가장 오래된 학과로 종합적인 커리큘럼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경상도에서 유일한 문화재학과의 지역적 특성, 경주의 많은 유적, 경주의 많은 유적 발굴에 필요한 인력이 필요한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어 전국에서 신입생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의 설명처럼 경주대 문화재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85%에 달한다. 30명 정도가 입학해 졸업시 전국 박물관을 중심으로 24~25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취업한다. 졸업 후 진로는 국공립박물관, 연구소, 공사립 발굴조사기관, 대학박물관, 시도문화재담당공무원, 문화콘텐츠기획회사 등 다양하다. 이는 경주가 신라의 도읍으로 고려, 조선 고고학적 발(시)굴조사가 빈번해 발굴전문 조사자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경주대 문화재과의 학생들은 연중 각종 발굴조사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2 남해대학교

남해대학교 공민배 총장은 “대학이 반값 등록금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학생 자원 감소로 대학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도래하고 있다. 대학이 생존하려면 지역 사회와 연관 관계를 지어야 한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산학을 만들고, 소득 창출의 기획을 만들어야 한다. 졸업생들이 그 지역에 정착하고, 산업에 종사해야 한다. 대학이 지역의 자존심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총장이 이끌고 있는 남해대는 지역의 생산기반을 대학의 미래와 결합시키고 있다. 마늘이 좋은 예다. 경남도립대학인 남해대는 남해마늘연구소, 남해시, 경남대 등과 상생해 흑마늘 엑기스 등 남해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 ‘산학관 협력모델’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남해대 조리과에서는 마늘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흑마늘엑기스, 마늘와인, 마늘아이스크림 등 이미 10여 개 제품을 개발해 169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현재도 제품개발이 진행중이다.

남해대는 또 노인이 많은 지역특성도 대학과 연결했다. 은퇴를 해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 더 길다. 그러나 국가의 혜택은 없다. 이에 은퇴 후 리사이클 할 수 있도록 학위를 주는 ‘시니어 칼리지’ 즉, 노인대학을 개설했다. 처음에는 20명으로 개설했다. 날로 인기가 높아져 현재는 54명에 달한다. 강의내용도 기존 포크댄스 등 오락 위주에서 탈피, 퀄리티 높은 노인대학을 표방하며 재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3 제주대학교

제주도가 11월 12일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com) 재단이 주관한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 발표됐다.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는 중요한 전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연간 관광객수가 600∼700만 명에 달하지만 관광 수입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새로운 요구를 만족시킬 맞춤형 수용 태세 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제주대학교는 관광·레저선도산업 인재양성센터(이하 관광·레저센터)를 통해 동북아 최고의 MICE(각종 회의·모임,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등을 모두 포괄) 거점도시로 키워갈 인재를 육성하고 있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주대 관계자는 “현재 제주가 안고 있는 문제는 MICE산업 발전에 기여할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제주 관광의 지속적인 특화·발전을 위해선 MICE 관련 맞춤형 인재 양성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광·레저센터는 ‘MICE 산업체 주문형 트랙’을 구축, 시행에 돌입했다. 트랙 구축에는 한국MICE협회,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0여 개의 MICE 기관들이 협력했다. 현재 관광·레저센터는 학내 총 13개 학과(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MICE 상품개발, MICE 기획·유치, MICE 정보시스템 등 3개 트랙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주문형 트랙의 효과는 뛰어났다.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반영한 교육으로 참여 학생들의 취업률이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7년 센터 참여 학과들의 평균 취업률은 48.1%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 평균 취업률은 68.3%로 껑충 뛰어올랐다. 더욱이 기업들이 센터 참여 학생들에 대해 ‘호평’하고 있는 점이다.

#4 순천향대학교

정부가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이하 광역권 선도산업)에서 충남권에 의약바이오분야를 배정했다. 순천향대가 소재한 아산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보건·의료행정타운이 조성되어 있는 충북 오송과 인접하다. 대덕연구개발단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 보건의료행정타운을 갖춘 충청권이 의약바이오 산업 메카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순천향대는 의약바이오센터를 개설했다. 센터 설립 초기부터 의약바이오 복수전공을 개설했다. 참여 학과도 의료과학대·자연과학대·의과대학 내 12개 학과에 달한다. 특히, 순천향대는 ‘바이오메디 내비게이터 시스템’을 개발해 학생들의 진로 설정을 돕고 있다. 120개 실험 강좌가 개설된 LBL(맞춤형 실험교육, Lab-Based Learning)도 순천향대가 자랑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의약바이오센터 설립은 결과적으로 순천향대의 의료과학 특성화를 강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없었던 ‘의약바이오’ 특화 전문 교육 기관이 설립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산업계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에서는 품질관리(QC)·물질분석·미생물 테스트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요구한다. 우리 센터는 학생들에게 이 같은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산업체에 내보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우수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대학들이 지역산업과 연관된 특성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사례들이다.

한성천기자 hsc924@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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