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다양한 감정 속에 가치 있는 삶
운동장, 다양한 감정 속에 가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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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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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익산춘포초 4학년 강성연

달리다가 넘어지니
친구가 도와줬네

달리고 또 달리다
숨차서 주저 앉았네

축구도
좀 했었는데
너무 너무 재미있었네

-다양한 감정 속에 가치 있는 삶
순창옥천초등학교 6-1 고은정

얼마 전 화요일에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인터넷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남동생과 두 누나 사이에 벌어지는 ‘부모님 사랑받기 대작전’이었다. 사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보는 입장이었지만 그 일이 꼭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바로 그 전날에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과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나와 남동생은 모두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생은 학원을 가야한다고 한참 수선을 떨고 있었다. 그 날 아빠가 사 오신 간식은 식빵이었다. 나는 공부를 하다 말고 나가서 식빵에 잼을 발랐다. 그리고 한 입 먹으려는 순간, 할머니의 목소리! “너는 공부는 안하고 먹기만 하냐?” 안 그래도 시험기간이라 신경이 몹시 곤두 서 있었는데 그 소리에 내 기분은 더욱 엉망이 되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곧바로 학원에 가려고 현관을 나서는 동생을 불러 세우고는 빵에다 잼까지 발라서 먹여 주는 게 아닌가! 그 일로 나는 할머니에게 화를 내었다. “할머니는 창준이만 이뻐하고 나는 왜 미워하는데!!!”

그런데 그 다음날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인터넷 동영상에서 정말이지 어떻게 알았나 싶을 정도로 어제 우리 집에서 벌어진 일과 흡사한 내용이 방송되었다. 태권도 학원에 가는 아들을 위해 진수성찬을 준비하시는 어머니와 왜 자기 것은 없냐고 따지는 누나의 항변….

사실 우리 집도 양성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일이 많다. 사소한 예를 들자면 밥을 차릴 때에도 할머니는 나한테만 숟가락, 젓가락 놓으라며 항상 나를 시키신다. 또 설거지 정도는 동생도 할 수 있지만 항상 내 차지다. 방 청소를 할 때도 언제나 나만 시키신다. 물론 그런 일들이 힘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부터 우리 집안에서는 남녀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도 같은 여자인데 왜 여자인 할머니가 내 입장을 더 이해 못하시는 걸까?' 그래서 더욱 서운했다.

얼마 전 사회 시간에 우리 사회 제도에 대한 탐구학습을 하던 중 ‘호주제’에 대한 것을 배우면서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성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제는 남자가 주인이고, 여자는 그에 속한 사람이라고 법적으로 정해 놓은 것이다. 남편이 죽으면 아들이 호주가 된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 엄마, 누나들을 제치고 어린 남자아이가 호주가 되는 것이다. 그 집안에 남자가 없을 경우에만 아내가 호주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다. 얼마나 웃긴 일인가! 그래도 다행이다. 호주제가 폐지되어서...이런 불공평한 제도는 불이익을 당하는 여성에게 반감을 일으키는 일이다. 사소한 것들에서 그런 일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속담들을 보면 ‘여자가 왜 이리 드센지...집안 말아먹게 생겼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운전도 못하면서 솥뚜껑이나 운전하지 뭐하러 운전하러 나왔냐!’,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등 여성을 비하하는 말들이 너무도 많다. 얼마전 보건수업시간에 성교육을 받으며 ‘여성답다’와 ‘남성답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말을 적어본 적이 있다. 친구들 대부분이 ‘여성스럽다’는 ‘가냘프다, 고분고분하다, 부드럽다, 상냥하다, 얌전하다, 세심하다, 온순하다, 정숙하다’등을 썼고 ‘남성스럽다’는 ‘강하다, 과감하다, 단단하다, 대담하다, 배짱있다, 추진력있다, 권력적이다, 단호하다, 진취적이다’등을 떠올렸다. 말에 담긴 의미조차도 남성과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취적인 여성, 배짱있는 여성, 강인한 여성은 부정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또한 얌전한 남성, 고분고분한 남성, 정숙한 남성 또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일까?

예전에는 몰랐었는데 점점 커가면서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남녀차별적인 모습들을 보게 된다. 여자인 내가 느끼듯이 남자인 친구들도 느끼겠지?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남자들이, 힘든 일을 할 때도 남자들이 해야 할 때 그럴 것 같기도 하다. ‘너는 남자니까 울면 안 돼!’라든지 ‘남자가 이런 것도 못드냐?’는 핀잔을 들을 때 그럴 것이다. 또한 감정 표현에 솔직한 남학생들은 놀림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 슬픈 드라마를 볼 때도 꾹 참아야 하고 ‘엄마야’하며 깜짝 놀라는 남학생들은 비웃음감이 되고 만다.

감정과 힘은 절대로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양분된 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다행히 요즈음 들어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달해 나감에 따라 그러한 의식은 점점 변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예쁜 남자들을 꽃에 비유한 꽃미남, 얼마 전 뉴스에 나온 여성 장교이야기, 남성 미용사...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또한 모든 인간들도 각자의 다른 색이 있다. 다양한 색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감정 또한 그러하다.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또한 다른 사람 안에도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 서로서로가 그 감정들을 존중해 줄때 더욱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심사평>
완곡법 즉 멀리서 돌아오게 하는 문장보다는 직설법 쪽으로 글을 써야 읽는 사람이 쉽게 빨리 이해할 수 있어야 계속 읽게 되는 것입니다.

익산춘포초 4학년 강성연 어린이의 ‘운동장’ 동시에서 운동장은 너무 넓어서 우리의 마음을 모두 담아 내지요. 운동장에서 달리고, 축구하고, 주저 앉아 놀기도 하고,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감사주는 운동장을 우리 아이들은 모두 좋아합니다. 운동장의 좋아하는 모습 중 내가 그 동안 느꼈던 아름다운 운동장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옥천초 6학년 고은정 어린이의 ‘다양한 감정속에 가치있는 삶’ 생활문은 주제가 양성평등이군요.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할머니의 여자인 나와 남자인 남동생과의 차별화하는 모습과 사회에서의 잘못된 모습과 학교에서 배운 평등에 대한 내용을 잘 조화하여 쓴 글입니다. 역시 글은 모든 면에서 누가 얼마나 잘 관찰하는가, 관찰 내용을 얼마나 잘 표한하는가 하는 내용입니다. 문장력이나 구성력이 아주 뛰어난 어린이로 앞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멋진 글이 많이 나올 것 같아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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