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화의 개화를 꿈꾸며
정신문화의 개화를 꿈꾸며
  • 이동희
  • 승인 2011.11.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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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5) 무주문화회관에서는 <제3회 눌인김환태문학제전>이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날의 뜻 깊은 문화행사를 지켜보며 우리 지역사회 인사들이 유전인자처럼 간직하고 있는 예향과 문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농경사회와 산업혁명시기를 지나 대량생산-대량소비가 미덕인 산업화시대를 거쳐 최첨단으로 여겼던 IT시대가 보여주는 현란한 기술문명의 개화를 지켜보며 우리의 화두는 어느새 ‘문화와 예술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언을 확인해 볼 겨를도 없이 그런 시대가 목전에 닥치고야 말았다. 이제 정치 경제 산업 사회 등 모든 면에서 문화·예술적 마인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여파로 각 지자체에서는 저마다 예향이요 문향임을 내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긴 누가 예향이란 지역 명칭을 허가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문향이라고 문패를 달아주는 것도 아닌 바에야 내가 사는 고장을 예향이요 문향이라고 해서 크게 손해 볼 일은 아니라고 여긴 결과이리라.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곁들여 문화·예술적으로 품격 있는 도시의 품위 있는 시민이 된다는데 반대할 지역민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추세는 예향과 문향에 대한 최소 다음 사항에 대한 자기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문화와 예술의 고향[鄕]이 되려면 필수적으로 문화와 예술의 향기[香]가 나는 곳이라야 한다. 또 하나는 그렇게 향기가 나는 고장은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적인 전통성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예술적인 향기가 지자체 정치인들의 선거구호와 선거정책처럼 하루아침에 정착하여 지역 특색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역사의 등마루에서 달빛에 어려 설화가 되기도 하고, 햇볕에 바라 잠재의식의 화폭이 되어야 한다. 숱한 달빛에 젖어 내면에 깃든 예술혼과 혼신을 다한 열정의 햇볕에 녹아 창작열로 승화될 때 비로소 예향(藝香)은 예향(藝鄕)으로 자리매김 되며, 문향(文香)은 문향(文鄕)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예향이나 문향은 자칭(自稱)-스스로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타칭(他稱)-남들이 그렇게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예향이고 문향이라 할 것이다.

며칠 전(11.2)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한 ‘한국문협전국대표자대회’가 서울 예술인센터에서 열렸다. 마침 우리 전북문협이 최우수운영지회로 선정되어 필자가 운영사례도 발표하고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시인·작가와 문협의 관계를 ‘골방과 광장’의 관계로 비유하여 그 됨됨이와 역할에 대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 아울러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진정으로 예향이요 문향으로 불릴 수 있는 지역이 어디인가를 반문하며 그 적지로서 전라도-전북을 지목하였다.

이에 대하여 참석자들로부터 긍정적인 응답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경제적으로 그 자립도가 미미하여 괄목할만한 부를 이루지 못했지만, 정치적인 발언권도 그리 강하게 과시하지 못하여 주어진 권리마저 챙기지 못하는 지역이지만, 문화·예술의 향기가 나는 사람의 고장으로서 예향이요 문향이라는 데에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전통예술의 특면에서나 혹은 우리 고장이 안고 있는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감성적 특질로 볼 때 전라도-전북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적인 예향이요 문향이라는 공감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 지역사회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해오고 내면화해 온 문화·예술적인 특성이 예술과 문학의 고향이라면 이제부터 그런 전통성과 문화·예술적 맥락을 잇는데 소홀해서는 기왕의 명예마저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각 시군마다 문학관을 건립하여 문학인들의 업적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삼는 것은 물질적 과시욕을 드러내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그것은 순전히 그 안에 담겨야 할 문학정신으로서의 개화(開花)에 뜻이 있다. 이 문학정신의 개화를 통해서 전통을 계승하고, 현재의 창조성을 부추기며 나아가 미래에 전수할 문화·예술의 한마당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난번(10.29) 개관한 부안의 <석정문학관>도, 곧 개관을 앞둑 있는 <전북문학관>도, 그리고 내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하는 무주의 <김환태문학관>도, 예술과 문학이 향기를 피우는 개화의 현장이 되어야 하겠다.

이동희<시인·전북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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