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 구조개혁은 시작됐다
(1) 대학 구조개혁은 시작됐다
  • 한성천기자
  • 승인 2011.11.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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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국무총리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10월 25일 대학 구조개혁을 또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학령인구 감소와 국제화·다양화 등 교육 환경변화에 대학이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요지다. 대학 구조개혁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대학, 그것도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보다 지방에 위치한 이른바 ‘지방대학’들에게는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지방대학들은 대학평가시 중요지표 중 하나인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을 끌어올리는 데 입지적 한계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대학들이 ‘약대퇴출(弱大退出)’이란 전장(戰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대학이 지역과 한 몸을 이룰 때 생존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전국공동기획취재 ‘지방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증진방안’을 주관,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전북지역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몇 차례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註>

■ 지역을 품어야 지방대도 산다 = ‘지방대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역을 품어야 지방대가 산다’로 바뀌고 있다. 지방대와 지역사회가 따로 논다면 둘 다 미래가 밝지 않다. 정부 차원의 대학 구조개혁 드라이브가 시작된 작금엔 더욱 그렇다. 그간 지방대들이 지역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라도 지역과 하나 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대학의 자원인 신입생이 줄어든다. 지방대는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과 비교해 상대적 열세에 있다. 지방대가 타지 신입생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대학의 자원인 신입생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학 구조개혁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작게는 대학의 생존을 위한 당면과제다. 크게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건너야 할 강이다. 따라서 대학 구조개혁이 성공하려면 추진 주체인 정부, 대학, 산업계, 지자체, 지역주민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먼저, ‘지방대생 홀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 국민계층 간 갈등 심화와 사회비용 급증을 야기하고 있다.

■ 지방대생은 사람 아닌가요? = 2009년 전주의 한 대학에 입학한 A군은 현재 서울의 한 대학에 편입학해 다니고 있다. A군이 처음부터 서울 소재 대학 편입학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가 그를 서울로 끌어들였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A군은 서울서 아르바이트하면 전주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서울로 갔다. 카페 서빙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 카페 사장은 “얼굴이 곱상하고 부지런하게 생겼다”면서 A군을 반겼다. A군은 “전주에서 대학에 다니다 와서 기숙도 가능하냐”고 물었다. 조금 전까지 상냥하게 반기던 사장은 급변했다. “우린 지방대생은 안 쓰니까 다른 곳 알아봐 학생”. 말문이 막혔다. 전문적인 업무가 아님에도 지방대생은 안 쓴다고 단호하게 얼굴을 바꾸는 카페 사장.

속이 상한 A군은 전주로 내려왔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지방대생 홀대에 생각했다. 카페가 저런데 기업은 어떨까? 아찔했다. 졸업한 학과 선배들의 근황을 알아봤다. 놀랐다. ‘백수·백조’ 아니면 대학원생, 간혹 회사원으로 취업한 선배도 있었다. A군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편입하자’였다. 곧바로 착수했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A군이 서울에 입성하기까지는 2년 6개월이 걸렸다. 비록 A군의 개인이야기지만 이 같은 사례는 주변에 많다. A군처럼 지방대생들이 서울로, 서울로 향한다면 결국 지방대는 사라진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 기능은 미약해 국민적·지역적 갈등만 심화되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지방대는 신입생을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서울수도권 등 타지역서 학생들이 편입학해 오도록 하는 방법은 ‘지방대학+지역사회=안정적 취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위해선, 산학관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맞춤형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과 공동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생(共生)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잘나가는 지방대 이유 있다 = 최근 ‘지방대 위기론’이 화두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퇴출대상 대학 이름이 떠돌고 있다. 대부분 지방대들이다. 여기엔 반론도 거세다. 교과부의 평가기준이 지역실정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대학 충원실태를 보면 먼저, 서울수도권 대학에 채워지면 남하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실력’이 아니라 ‘위치’로 판별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그러서 나온 말이 한국에는 ‘서울대’(서울 소재 대학 총칭)와 ‘서울외대’(전국 지방대 총칭)만 있다고 한다. 이같은 잘못된 대학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체,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가능하다. 그렇다고 책임을 정부와 기업체에게 만 전가해서는 지방대 위기론을 극복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도 소위 ‘잘 나가는 지방대’이 있다. 그 이유를 알면 모범답안은 아닐지라도 문제를 푸는 키의 역할을 얻을 수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전북대학교(총장 서거석)가 그렇다. 지역거점국립대라는 태생의 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전국적으로 전북대의 성장세는 연구대상이 될 정도다. 국제대학평가기관의 한 결과에선 전북대가 ‘국내 10위권’ 에 진입했다. 내로라하는 서울수도권 대학을 제친 것이다. 이는 전북대가 지역의 경제적·산업적·지리적·인문적 특성 등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다. 사립대인 호원대학교(총장 강희성)은 성격은 다르지만 자체적으로 시대변화에 체질을 맞춘 사례로 대학가에선 소위 ‘뜬 대학(?)’이다. 호원대는 한때 인터넷 포털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명문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재학생 장재인(실용음악학·1)씨가 ‘슈퍼스타K 2’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호원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어 ‘남자의 자격’에 출연한 박칼린 교수(방송연예학)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타석 홈런을 쳤기 때문이다. 인기에만 편성한 게 아니다. 내실도 탄탄하다. 높은 정규직 취업률을 자랑한다. 일찌감치 연구 중심에서 취업 중심으로 방향을 바꾼 결과다. 지방대의 한계를 벗어나 ‘취업교육 중심 실용대학’으로 주목받는 게 지금의 호원대다.

결론적으로, 지방대는 지역문제에 누구보다 밝다. 정서 또한 자연스럽다. 대학사회에 ‘구조개혁’이란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 지방대학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토대로 한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지역의 지리적·산업적·문화적 특수성을 활용한 학과개편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아날로그식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다. 국내외 성공사례를 통해 차별화된, 특성화된 지방대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성천기자 hsc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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