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세대의 좌절과 희망
2040세대의 좌절과 희망
  • 김우영
  • 승인 2011.10.3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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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재보선 선거의 여진이 아직 지속되는 것같다. 재보선 선거 결과에 대한 충격의 진원은 물론 서울 시장 선거의 결과이다. 선거 전에 아마도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점친 사람이 다수였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충격은 단순히 여야 간의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했다는 의미이상의 논란에 있다. 처음 지지 5%의 시민 단체 후보자가 정당의 후보자와의 경선에서 이를 물리치고, 야권 통합 후보로 추대되고, 끝까지 무소속 후보로서 당당하게 소통령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이 된 것 자체가 극적인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우리를 주목하게 하는 것은, 그의 당선 보다는 그의 당선을 이끌어낸 세대 간 투표의 성향이다. 박원순 후보는 20대의 69.3%의 지지를, 30대의 75.6%이 지지를, 40대의 66.8%의 지지를 얻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0대 42.5%, 32대 40.4%, 40대 50.6%로 야권 후보를 크게 앞섰다. 2007년 대선 당시에서만 본다면 2040세대의 투표 성향이 친여에서 반여로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친여 성향의 5060세대는 이번 재보선에서도 친여성향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혹자는 세대 간 투표 성향의 차이를 한편으로 계급투표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2011년 한국 사회는 이미 두 개의 대한민국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40대를 기준으로 한 늙은 세대와 젊은 세대다. 이는 단순히 나이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2040세대의 진보 블록과 5060세대의 보수 블록으로 양립되는 양상으로 세대 구도가 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를 겪으면서 형성된 계층적, 경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나타난 세대 간 투표 성향의 차이를 단순히 세대 갈등의 차이라기 보다는 계급갈등으로 보는 것도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급 투표를 한 것일까? 2040세대는 하나의 공통의 경험, 공통의 취향, 공통의 이해 관계를 매개로 하는 하나의 계급이 된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들은 불안과 좌절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경험과 취향, 이해 관계를 부분적으로 공유하고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은 일자리 창출, 반값아파트, 사교육비 절감 등의 공약으로 2040세대의 지지를 끌어냈다. 그러나 그 동안 정책의 과실은 소수 대기업에만 돌아가고, 일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더 나빠짐으로써, 그들에게 좌절을 안겨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일자리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20-30대 여성 노동자의 수는 50대 여성 노동자의 수보다 적다.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로 나아지고 있지 않다. 고용의 창출 문제 해결을 단지 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맡겨서는 진전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정책의 효과적인 실천이 있어야 한다. 청년 백수가 늘고, 일자리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노인요양의 사례에서 보듯 복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미래는 더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20대가 등록금과 취업이라는 불안과 좌절을 겪고 있다면, 30, 40대의 현실은 더 암울하다. 30대가 겪는 결혼과 내집 마련, 보육이라는 과제는 점점 더 어려워 보인다. 내집 마련은 부동산 가치의 하락으로 엄두를 내기 어렵고, 전세금의 폭등은 년간 저축 한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를 은행 대출을 통해서 해결한다 하더라도, 고율의 대출 이자 부담이 우리를 더 가난하게 한다. 40대는 이에 더하여, 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과 퇴직, 노후 문제 등이 겹쳐져 출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2040세대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2040세대의 불안과 좌절은 우리의 현실이고 생활이다. 그러나 거기에 안주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 누구나 개인적 삶에서의 희망과 비전을 원한다.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정치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10. 26 재보선의 결과는 희망의 출구를 요구하는 것이다. 기성의 정치 정당들이 이데올로기와 거대 담론에 파묻혀, 서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도외시하고, 공허한 노선 투쟁, 그들만의 리그에 몰입되어 간다면, 아마도 2040세대는 그들의 희망을 담아낼 수 있는 독자적인 시민세력의 정당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한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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