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팔자 모르는 점쟁이
제 팔자 모르는 점쟁이
  • 김진
  • 승인 2011.10.26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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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비춰도 그늘은 있고, 칼에도 등과 날이 있다. 세상의 일에는 양면이 있단 얘기다. 경제도 그렇다. 경제현상에 대한 비관론자(Dr. Doom)들이 있는가 하면, 낙관론자(Dr. Boom)들도 있다. 하면 이러한 양 학자들 간의 유·불리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닥터 둠’ 학자들이 유리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상황이 좋아지면, 비관적 예측을 용기로 치부하고 해프닝으로 끝난다. 그리고 경기가 실제로 나빠지면 큰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닥터 붐’ 학자들은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좋아지면 그냥 그뿐이다. 한데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악화되면, 그 비난이 사뭇 거세다. 그러니 비관적인 ‘둠’학자들이 이롭다고 보는 것이다.

* 한국을 찾은 닥터 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마크 파버’나 ‘누리에 루비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닥터 둠’들이 있다. 특히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 같은 경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2년 전에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대표적 비관론자이다. 최근에 그가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글로벌위기와 관련해 한국경제를 우려했다. 외환보유고 등을 보면 한국이 어느 정도의 위기대응능력이 있으나, 글로벌시장에 문호를 개방하여 혜택을 본만큼 악영향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마 한국의 금융시장개방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을 말한 것일 게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우려를 보탰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면 한국으로 빠르게 전염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105%로 세계 1위인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국내 전문가들도 우려가 크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미국의 29%, 일본의 25%에 비해 3~4배 이상 높다. 쉽게 말하면 국민경제에서 무역(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경제가 글로벌경제 형편에 따라 울고 웃어야 하는 정도가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는 얘기다. 대체로 무역의존도가 90%를 넘어서면 국민경제가 심각하게 불안해질 수 있다. 물론 글로벌경제가 호황일 때야 물건도 잘 팔리고, 돈도 잘 돌아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찌 봄날만 있겠는가! 지금처럼 글로벌경제가 불황에 허덕이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남의 집 주머니사정에 우리 집 살림계획을 맞춰야 하는 위험천만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 제 팔자 모르는 루비니

세계적으로 무역의존도가 90%를 넘는 국가는 극소수이며, 우리가 올해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무역 1조 달러 기록도 아직 8나라 밖에 없다. 한데 이게 양면성이 있다. 집안 살림을 해도 가족의 수입이 줄거나, 등록금 같은 몫 돈이 지출되면 당장 외식이나 치킨 시켜 먹기가 어렵다. 이는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월가를 쳐부수자는 데모가 일어나고, 글로벌 금융사들의 본사 또는 지점이 몰려 있는 런던의 ‘커네리워프’ 거리는 인적이 드물 정도로 한산하다. 한때 금융신화의 거리로 불리던 ‘커네리워프’ 빌딩들의 임대료가 1년 새 1/3토막 났지만, 그마저도 마련하지 못하는 금융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한국에 빌려 줄 돈이 어디 있고, 3DTV 살 돈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루비니 교수가 무역이나 금융부문에서 글로벌의존도가 큰 한국경제를 우려한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장기침체와 유로존의 붕괴위험에 가장 먼저 한국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루비니가 월가의 족집게라고는 하지만 그도 사람이다. 그가 세운 금융컨설팅 회사인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가 한해 200만 달러 이상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희망자조차 없는 상태다. 점쟁이가 제 팔자 모른다고는 하지만, 조그만 자기 회사 하나 운영하지 못한 이가 세계경제를 점친다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 / 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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