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렌다. 전주천 은빛물결
가슴 설렌다. 전주천 은빛물결
  • 장정철기자
  • 승인 2011.10.2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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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천 물길따라 군락 이룬 억새가 은빛물결을 이루고 있다.
단풍시즌이다. 산정상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한 물감은 어느새 전주도심에 성큼 내려앉았다. 산들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는 전주천의 은빛 물결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도심속 최고 여행지로는 최근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주 한옥마을이 제일 먼저 손꼽힌다.
역사문화의 숨결을 따라 산책하듯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고즈넉한 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한몸에 받으며 여유를 즐기길 바란다면 노송천과 전주천이 제격이다. 특히 자연형 하천으로 변모한 노송천은 올 가을 새롭게 떠오른 도심속 나들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청명한 가을날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혹은 혼자라도 좋다. 도심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 명소로 함께 떠나보자. <편집자주>

◆ 가을햇살 다시 품은 노송천

▲ 전주 노송천 모습
파란 하늘을 수놓는 분수와 팔짱 낀 연인,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의 행복한 분위기를 시샘하듯 요란을 떠는 폭포수, 전통시장의 흥정소리에 뒤섞인 개구쟁이 아이들의 재잘대는 웃음소리가 넘치는 곳, 2011년 가을 현재 노송천의 모습이다.

어깨를 짓누르던 복개하천의 무거운 시멘트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악취로 행인들이 미간을 찌푸리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하천변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거나 원목 벤치에서 가을 햇살을 온몸 가득히 받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여유로움만 있을 뿐이다.

중앙시장 입구에서 한국은행 전북본부 인근까지 500여m에 이르는 노송천은 지난 48년이라는 기나 긴 기다림 끝에 비로소 시민의 곁으로 돌아와 도심속의 새로운 쉼터로 다시 태어났다.

아중저수지에서 발원한 맑은 시냇물은 상가 숲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른다. 조경석 사이로 얼굴을 내민 각종 수초와 맑은 물 밑에서 꼼지락대는 모래, 자갈도 일상에 찌든 도시민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노송천에서는 볼거리와 먹거리도 풍부하다. 매 주말이면 인디밴드와 대학동아리, 음악동호회원 등이 벌이는 상설공연 무대가 펼쳐져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노송천 양측에는 오래 전부터 터잡아온 추억어린 음식점이 즐비해 입맛을 사로잡는다. ‘떡집’으로 유명한 중앙시장에서는 여행의 시장기를 달래줄 요깃거리가 넘쳐나고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추억거리다.

◆ 전주천 뒤덮은 은빛물결

전주천은 1급수에 서식하는 쉬리와 수달, 원앙 등의 보금자리이지만 요즘같이 가을색이 짙어질 때면 물억새가 더 인기다.

전주천 물길을 따라 군락을 이루는 은빛 물결은 한벽루 인근 전통문화관에서 남천교~다가교~백제교까지 5㎞ 구간에 걸쳐 장관을 이룬다. 그만큼 이제 연인과 가족단위 이용객, 관광객 누구에게나 가장 즐겨 찾는 산책로이자 명물이 됐다.

물억새 사이로 한가롭게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기에는 한옥마을 남쪽 초입 남천교 누각이 가장 좋다.

물빛에 비치는 치명자산의 가을색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대로 치명자산 중바위나 서학동 동고사 앞마당에 서면 한옥마을 풍경과 조화를 이룬 전주천 물억새밭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전주천에 내려서면 제대로 된 물억새들의 군무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가을 햇살이 빚어내는 금빛 풍광을 즐기다 장난기라도 발동하면 면사포를 쓴 수줍은 새색시가 되어 숨바꼭질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야말로 금빛 물결이 전주천을 중심으로 시내 곳곳을 뒤덮으면서 차를 운전하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있다.

전주천은 도심 하천으로는 보기 드물게 자연생태의 보고로 자리잡은 곳인만큼 쉬리, 참갈겨니, 참종게, 버들치, 피라미 등 등 30여종의 어류와 270여종의 수종식물 등도 접할 수 있다.

삭막한 도시민들에게 한줄기 오아시스같이 숨통을 틔워주는 전주천의 물억새.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고 눈이 즐거운 전주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자연이 준 선물이 아닐까싶다.

◆ 고풍스러운 한옥마을의 단풍

한옥마을은 전주의 역사문화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가장 쉽게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이 빚은 천연색의 옷을 갈아입은 고목과 가로수는 고즈넉한 가을의 정취를 한층 더해준다.

가을 단풍의 백미는 고풍스러운 한옥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은행나무다.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켜켜이 처마를 맞댄 한옥들 사이에서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근엄한 태조의 위엄이 느껴지는 경기전과 전통의 학풍을 잇는 유림들의 초연한 자태를 닮은 향교에서 40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원색의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옥마을에는 은행로 실개천에 580년 동안 터잡아온 은행나무 등 보호수만 7그루다. 수백년 동안이나 묵묵히 전주를 지켜왔는데도 커다란 그늘을 온통 노란 잎으로 뒤덮는 웅장한 모습은 여전하다. 햇살도 조심스럽게 내려앉는 경기전의 담장 밖 참죽나무(수령 350년)도 색다른 비경을 느끼게 한다.

한옥마을은 요즘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행락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나 국제 슬로시티답게 느리게, 그리고 유심히 들여다봐야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금방이라도 이웃주인이 대문을 열고 나와 이방인을 맞이할 것만 같은 정겨움이 넘친다.

장정철기자 jang@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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