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노인빈곤은 개인의 책임인가?
한국사회 노인빈곤은 개인의 책임인가?
  • 최낙관
  • 승인 2011.10.2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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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3%가 인생 100세 시대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고 응답해 노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직감케 한다.

그렇다면, 유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왜 노인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그 현주소가 어느 정도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최근에 발표된 조사결과는 우리가 그저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치부했던 노인들의 일상적 삶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치명적인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즉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과 자살률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불명예는 한국이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OECD 의장국이자 나아가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표현하기 어려운 씁쓸함을 우리 사회에 던져주고 있다.

노인의 경제·소외 사회문제

구체적인 지표, 즉 한국사회 노인빈곤률 45.1%, 부연하면 노인 2명 중 한명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OECD 평균 13.3%의 3.4배에 달하며 미국 24%, 그리스 23%, 일본 22%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러한 노인의 경제적 어려움과 소외는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로 이어지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는 우리 한국사회의 노인자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75세 미만의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1.8명으로 OECD국 가운데 1위다. 일본 17.9명, 미국 14.1명보다 4~5배 이상 높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160명을 상회하며 이는 20대 자살률의 약 5배에 해당하는 가히 엄청난 수치라 할 수 있다. 노인빈곤 그리고 자살과 같은 사회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할 ‘사회악’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은 문제해결을 위한 당위성은 우리 시대 노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의 부모세대인 노인들은 작게는 과거 지독한 가난이 너무 힘들고 배우지 못한 한이 사무쳐 오로지 가족부양과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쳤고, 크게는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 산업의 역군으로 자신의 일터에서 열정을 불태웠던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가?

노인 대상 교육훈련 폭넓게 제공돼야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부모세대인 노인들은 국가에 의한 사회보장혜택도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까지도 소외받는 ‘주변인’으로 전락해 상황의 강요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돈이 없어 한 끼의 무료급식을 위해 1년 365일 줄을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차례를 기다리는 수많은 노인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조기은퇴, 빈곤, 소외로 인한 생계형 노인범죄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그들은 어쩌면 국가와 사회를 향해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와 지방정부에 의한 좀 더 세심하고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눈을 들어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노인과 관련된 복지정책이나 탈빈곤 정책 또한 노인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일부 취약계층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노인들에게 설사 일자리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그 일자리가 한시적이거나 보수가 너무 낮아 빈곤해소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좋은 일자리’나 ‘일자리다운 일자리’의 개발과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근로의욕과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훈련프로그램이 폭넓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제는 100세 시대 노인들의 삶이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러한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제도적 틀을 보다 안정감 있게 수정하고 보강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복지를 정쟁의 대상이 아닌 정책의 대상으로 직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확산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될 때, 노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고 나아가 풍요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은 성큼 다가올 것이라 확신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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