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금융산업의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진입규제로 인해 울타리 안에 들어온 자들만을 보호하다보면 경쟁력이 약해져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허둥대어 안방을 내어 주거나 울타리조차 의미가 없게 된다. 이제 한국금융도 5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으니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놓아줄 필요가 있다. 진입규제가 강해지면 자산의 건전성유지 및 제고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손쉬운 진입규제 방식을 벗어나 건전성규제를 강화하고 수시로 퇴출시키는 등 감독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진입규제를 풀 경우 수많은 내외부 자금들이 금융산업의 진입을 시도할 것이고 그럴 경우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진입규제로 인하여 기존의 근로자들만 배불린다고 데모할 것이 아니다. 진입규제를 풀라고 금융감독당국에 진지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수익배분의 원칙에 대한 생각도 새롭게 해야 한다. 이자나 수수료는 금융회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예금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을 이유로 금리를 내릴 때는 신속하게 반응하지만 자금핍박을 이유로 금리를 올릴 때는 기존에 확보한 예금에 대해서는 종전금리를 적용하고 새로운 예금에 대해서만 새로운 금리를 적용하는 등 시장의 자금상황과 금리에의 반영 및 거래처에 대한 적용에 많은 속도차가 있는 것이다. 은행의 이익관리 차원에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임직원의 경우에도 실적을 거두면 실현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금의 명분하에 받아가지만 정작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이나 변상 조치없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소극적인 불이익만을 받을 따름이다. 결국 고객이나 거래처에 대해 금리나 수수료는 신속하게 적용하는 반면 임직원의 보수에 대해서는 한 방향으로만 반응하는 불균형을 초래한다. 결국 밑져야 본전이라는 논리가 생기는 것이다. 과도하게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고객이나 거래처에게 적용하는 수수료나 금리체계가 불공평하거나 불합리하다는 또 다른 표현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래처나 고객에 대한 수수료나 이자,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 임직원에 대한 보수 등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셋째, 우산은 비올 때 우산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금융회사는 여유자금을 보유한 사람으로부터 예금 등의 형식으로 조달하여 대출 등의 형식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자금에 여유 있는 사람에게 대출 받으라고 외칠 필요가 없고 자금에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예금하라고 할 필요가 없다. 원래 우산은 비가 올 때 필요하고, 비가 오더라고 집안에 있거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별 필요성이 없다. 즉 비올 때 걸어다니는 사람에게 아주 요긴한 것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우산이 망가진 경우에는 보다 튼튼한 우산이 필요하다. 비는 언젠가는 그치게 되어있다. 그 기간을 못 참고 우산을 빼앗아 옷을 흠뻑 젖게 만들거나 심한 경우에는 물까지 퍼부어 그 사람을 아주 곤욕스럽게 해서는 안된다. 비온 후에 그 사람들이 과연 어떤 기분으로 금융회사를 쳐다 볼까? 금융회사는 자신의 비용으로 우산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우산을 확보해 두어야 하고, 비가 오면 필요한 사람에게 우산을 제공하는 여유로움을 가져야 한다. 장 맛 본 사람이 흉본다는 말이 있듯이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삿대질하거나 원수가 되는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병화<하나대투증권 상근감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