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위한 행진, 전라북도의회에게
인권을 위한 행진, 전라북도의회에게
  • 김정훈
  • 승인 2011.10.1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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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직도, 개명천지 21세기에 ‘아이를 사랑한다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비교육적인 신념이 공공연히 통용된다고 믿는 분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체벌 허용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시름이 생기는 것 또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기성세대에게 학창시절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지도부실(학생부실), 지도부장(학생부장), 매, 단체기합, 인격모독이 일상화된 교사의 욕설이 1차적으로 거론된다. 때론 교장이나 교감에게 주눅이 든 교사의 모습이 안줏감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같은 반 친구들 사이의 스산한 위계와 그에 따른 공포를 추억의 이름으로 불러낸다. 그리고 그리운 추억의 끝자락에 말한다. 지긋지긋한 학교! 기성세대 중의 상당수는 자신의 어두운 기억에 기대어 학교가 아직도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폭력과 공포의 세대전이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극히 일부도 있다.

교육정책의 획기적 전환 전제돼야

이런 일부의 분들에게는 ‘학생인권’이란 단어 자체가 언감생심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염려하는 목소리들의 근심은 교권이 추락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는 학생체벌 상황이 발생하면 교권은 그 어디서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빠져있다. 입시경쟁지옥이라는 한국 공교육 파탄지경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돌려놓고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실추되고 교육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무책임하게 진단한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방해 또는 침해받는 상황은 90년대부터 시작된 교육시장화와 경쟁교육 강화에 대부분의 원인이 있다. 잠잘 권리, 아침밥 먹을 권리마저 박탈당하며 기계적인 장시간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현실, 이를 함께하는 교사의 고통 그리고 학부모의 자괴감이 뒤엉켜 일어나는 것이다. 사회양극화와 교육양극화가 악순환 되는 사이 학생, 교사, 학부모의 교육 3주체 사이의 불신도 깊어진 것이다.

이 불신을 걷어내는 데에는 교육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교육현장을 ‘교육적인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전근대적인 반인권적 요소들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교육주체 사이의 신뢰회복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다고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교권침해 상황을 방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인권으로 소통되는 교육현장이 교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도가니’의 분노를 되새김해보자. 반인권적인 상황은 학생의 인권뿐만 아니라 교사의 인권과 교권, 학부모의 인권 모두가 무너지며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는 남녀노소 차별이 있을 수 없으며 특정하게 유예될 수 없는 천부적이다. 국제법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들을 지금까지 사회적인 약자에 속해 있던 학생들에 대해 강조하여 보장하자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이다.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사적 재산권 등 어른이 보호받는 인권은 그 누구에게도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상정·통과해달라

여기에서 누구에게나 소중한 이름, 그 이름 중 공인(公人)의 이름을 불러본다. 강병진 고영규 권익현 권창환 김광수 김규령 김대섭 김대중 김상철 김성주 김영배 김용화 김정호 김종담 김종철 김택성 김현섭 김호서 노성만 문면호 박용성 배승철 백경태 소병래 오균호 오은미 유기태 유창희 이계숙 이상현 이성일 이현주 임동규 장영수 정진숙 조계철 조병서 조형철 최남렬 최정태 최진호 하대식. 도민이 선택한 전라북도의회 도의원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았다. 그들의 생각과 결정이 전라북도 인권의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도가니’가 다시 인권을 위한 행진을 불러일으켰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도 그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이미 경기도는 시행중이고 광주는 얼마 전에 통과시켰다. 인천은 우선 학생학습권 선택조례를 통과시켰으며 전국 대부분의 시도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상당히 추진시켰다. 한 가지 더! 광주와 전북은 모든 시민에게 적용되는 광주인권평화도시육성에 관한 조례와 전라북도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를 2010년에 제정했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우리는 전라북도의회가 인권을 그것도 약자인 학생의 인권을 외면하는 파렴치한 행위는 결코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또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핵심 조항들에 단서를 달아 무용지물로 만드는, 그리하여 미래의 희망들에게 다시 불안감만 안기는 어리석음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의회는 결코 그렇게 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감옥과 간수와 죄수 - 학교와 교사와 학생’을 빗댄 유머가 자조섞인 웃음으로 유포되고 있을 것이다. 이제 교사를 ‘간수가 아닌 가르치는 교사’로 돌려주어야 한다. 전라북도의회에 부탁한다. 이 맑은 가을 하늘을 눈 속에 심장에 담아 학생인권조례를 상정하고 온전하게 통과시켜달라고. 전북도민과 전북시민사회단체들은 인권이 새처럼 날개를 달 때까지 제 정당과 도의회를 향해 보라매의 눈을 뜰 것이다. 전북도의회는 ‘인권을 위한 행진’이 거센 파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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