쥔 손보다 편 손이 아름다운 이유
쥔 손보다 편 손이 아름다운 이유
  • 한성천
  • 승인 2011.10.18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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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체는 수많은 요소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무탈하게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 모두가 생명유지에 있어선 절대적이다. 그 가운데 손은 어떤 모양새를 갖느냐에 따라 추할 수도, 아름다울 수도 있다. 손은 타인과 첫 접촉부위기 때문이다. 손의 기능 또한 다양하다. 손은 자신과 남을 위해 사용 가능한 멀티기능을 가지고 있다. 손은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전하는데도 사용된다. 심지어 사랑도, 미움도 전한다.

손은 여러 가지 모양도 만든다. 어릴 적 그림자놀이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손이다. 또한, 세월을 담는 그릇도 손이다. 그래서 손은 항상 바쁘다.

17일 기자는 한 아름다운 손을 잡았다. 팔순 노구의 손이었다. 외양적으로 보자면, 청년의 탱탱한 손처럼 기운이 차고 넘치지도, 살결 고운 처녀의 예쁜 손도 아니었다. 하지만, 맞잡은 그 손에서 기자는 뜨거운 열정과 내면의 깊은 인간애를 느꼈다. 참 아름다운 손이었다.

이날 기자가 잡은 손은 올해 팔십칠세인 목정(牧汀) 김광수 전 국회의원이다. 무주 깡촌(?)에서 태어나 먹을 게 없어 저녁을 굶으며 하루 두 끼로 생활했던 그는 어릴 적 추억을 잊지 못한다. 질곡 심한 한국 근·현대사를 몸소 겪고 자란 세대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이날 거금 10억 원을 전북대학교에 발전기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통 크게 손을 편 셈이다. 국가발전과 고향발전을 위해선 대학에 투자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북대가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8위, 지역거점국립대 2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전북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흐뭇했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전북대에 기탁하게 됐고, 이 기금을 요긴하게 써주길 바랍니다”라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가 손을 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손을 자주 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미래의 국가동량으로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그는 ‘목정장학회’를 만들어 매년 손을 폈다. 그가 손을 펼 때마다 장학금을 받고 배움의 길을 지속해 사회에 진출한 사회 주역들이 벌써 5,000명에 달한다. 그는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손을 폈다. 올해로 출범한 지 19년 되는 ‘목정문화재단’. 이 재단에서는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목정문화상’을 제정했다. 그리고 매년 3명을 선정해 창작지원비로 1,000만 원씩 지원해오고 있다.

그의 이 같은 결단은 애향심에서 비롯된다.

“전북은 예향(藝鄕)이라고 하지만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기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들을 지원해 예향전북의 자존감을 바로 세우는 데 작지만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목정문화상을 제정했습니다. 장르를 구분치 않습니다. 이들을 통해 예향전북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큰 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록 주름지고 윤기 없는 그의 손이지만 펼 줄 모르는 사람의 손보다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역사회에 발하고 있다. 사람은 손을 움켜쥐고 태어난다. 펴는 것보다 쥐는 것이 본능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손을 자주 펴는 사람은 얼굴까지 맑다. 사랑 또한 더 크다. 쥔 손은 자신만을 위한 손이라면, 편 손은 남을 위한 손이다.

편 손이 쥔 손보다 아름다운 이유다.

남에게 손을 내밀 때 쥔 손은 주먹이 되어 폭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편 손은 손 안에 있는 것을 타인에게 내미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에 편 손을 가진 사람은 많다. 평생을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행상을 하며 산 할머니가 40억 상당의 전재산을 대학에 내놓은 아름다운 손도 있다. 꺼져가는 생명에 불을 지피기 위해 쥐었다 폈다하는 헌혈의 손들도 많다.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을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 제법 묵직해진 돼지를 통째로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은 사랑스런 꼬막손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편 손보다 쥔 손이 더 많다. 쥔 손은 받지도 못한다. 줄 때나 받을 때 우리는 손을 펴야 가능하다. 김 전 의원의 손을 잡은 17일 기자는 ‘쥔 손보다 편 손이 더 많은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탁식장을 빠져 나왔다.

한성천<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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