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10분으로 보여주기엔...
이동국 10분으로 보여주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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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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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자신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처음으로 호출한 K리그 간판 공격수 이동국(32 ·전북)의 재발탁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동국의 재승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4일 대표팀에 소집된 이래 식을 줄 몰랐던 이동국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조광래 감독은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2-1로 승리한 직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의 재발탁 여부를 묻자 “오늘 경기를 토대로 코칭스태프와 논의해 중동 2연전에 대해 방향을 잡은 뒤 선수를 결정할 생각이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동국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중동 2연전은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 것이다. 교체 선수는 좀 더 스피드 있고 강한 체력을 가진 선수를 기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조커’ 활용 의사를 밝혔던 이동국과는 거리가 있음을 드러냈다.

UAE전에서 이동국은 후반 35분 마지막 교체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박주영이 부상을 당하면서 급하게 몸을 풀었다. 만약 박주영의 부상 변수가 없었더라면 이동국은 UAE전에 나서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지난 7일 폴란드 평가전에 이동국을 선발 출장시킨 조광래 감독은 UAE전에서 이동국을 후반 교체 투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동국은 폴란드전에서 전반 45분을 뛰었지만 좌우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박주영, 지동원과의 호흡이 매끄럽지 못했다. 안쪽으로 지동원이 들어오면 최전방에서 홀로 고립되는 모습도 보였다.

조 감독은 폴란드전 직후 “상대의 빠르고 거친 수비에 대처하는 리듬을 찾지 못하면서 자기 플레이를 다 못한 것 같다”면서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투입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0-0으로 시작된 UAE전 후반에도 조 감독은 좀처럼 이동국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선수 교체 없이 시작된 후반전에서 첫 교체선수는 2득점한 직후였던 후반 19분, 구자철의 발목 부상으로 긴급 투입된 남태희였다. 후반 28분에는 지동원을 빼고 손흥민을 넣었다. 결국 이동국의 이름이 불린 것은 박주영이 다쳐서 그라운드 밖으로 나온 후반 35분에서였다. 이동국이 뭔가를 보여주기에 10여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당초 이동국은 10월 A매치 소집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전북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 출전했던 김보경이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좌절되자 나서는 경기마다 공격포인트를 뽑아내던 이동국을 깜짝 호출했다.

조 감독은 이동국의 합류를 통해 대표팀의 새로운 공격 옵션을 가져가고자 했다. 공격수 세 명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부지런히 로테이션하며 공격 찬스를 만드는 기존의 ‘제로톱’ 공격 전술과 더불어 이동국을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중앙에 못박는 ‘스리톱’ 전술 운용을 노렸다. 그러나 폴란드전에서 스리톱 전술이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조 감독은 45분만에 제로톱으로 돌아갔다.

대표팀은 당장 다음달 11일 UAE, 15일 레바논과 아시아 3차 예선 원정 2연전을 치른다. 전술을 지속적으로 시험, 수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조 감독은 불안한 새 공격옵션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기 보다는 기존 공격라인을 탄탄히 하는 것으로 생각을 굳힌 듯 하다. UAE전 이동국의 10분 기용은 이 같은 조 감독의 생각을 읽게 한다. 경기 종료 후 이동국이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 나갔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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