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삶의 향기
  • 서삼석
  • 승인 2011.10.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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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가을정취를 한껏 뽐내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하고, 지루한 장마와 태풍의 시련을 이겨내고 어느 새 황금물결을 출렁이며 고개를 숙여버린 가을들녘이 풍요로움을 만끽(滿喫)하기에 충분하다. 주인의 아픔을 위로나 하듯 당당하게 서있는 그들이 모습이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대견스런 까닭은 힘든 고통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멋진 풍광(風光)도 즐기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산과 들로 향하고 있지만, 보고 싶어도 시력(視力)을 잃어 볼 수 없는 이웃, 가고 싶어도 거동(擧動)이 불편해 움직일 수 없는 이웃, 병마와 씨름하고 있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이웃이 우리 주위에 적지 않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 도가니와 짜장면 천사

영화 '도가니'의 열풍이 국민들을 슬픔으로 몰아넣고 있다.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아 관객이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짐작 할 수 있다. 영화 도가니가 신드롬을 몰고 온 이유는 인화학교 청각장애 아동들에 대한 실제사건(實際事件)을 다루었다는 점도 있지만, 피의자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이나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지나면서 법의 심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자와 소외된 계층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한 순간 타오르다 쉽게 꺼져 버리는 불꽃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차분하고 진지(眞摯)한 고민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장애인 인권에 대해 깊이 성찰(省察)하고, 시설 장애인 인권유린(人權蹂躪)과 비리문제에 대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률, 제도, 사회?문화적 장치를 재점검하고, 두 번 다시는 약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사회가 이처럼 어둡고 침울한 사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짜장면 천사로 불리며 70만원의 월급으로 5명의 어린이를 도와오다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우수씨의 삶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기에 충분했다.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 들어가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월 70여만원의 급여를 받아 창문도 없는 방에서 지난(至難)한 생활을 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착한 실천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주위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은 비록 궁핍(窮乏)했지만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떠난 값진 삶이었기에 어쩌면 어느 부자들보다 더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가 내놓은 돈이 비록 크지는 않지만, 부자들의 천문학적 액수의 기부와 견주어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으며, 보이지 않은 곳에서 선행을 베푸는 천사였기에 우리사회가 그리 팍팍하지 않고 살만했던 것 아니었는지 생각된다.

아름다운 삶이란?

기업은 물론, 개인, 국가 할 것 없이 우리사회가 언제부터 알리기에 급급해 졌다. PR시대를 살면서 알리는 것을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범한 것을 특별한 것처럼 과대포장(誇大包裝)하고, 좋지 않은 것은 숨기고 좋은 것만을 부각(浮刻)시키다 보니 착한 사람들의 겸손(謙遜)마저 넘겨 준 것 같아 안타깝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는 성서구절처럼 선행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에게 기쁨으로 돌아와야 한다. TV와 신문의 뉴스에 각종 사회병폐와 온갖 싸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다 보니 착한 사람들마저 여기에 동화(同化)되어 아껴주고 감싸주는 마음이 점차 시들어가고 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서로를 위하고 믿으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 능력(能力)과 힘의 원천이 부(富)에 있다고는 하지만, 잘난 체하고 이웃을 돌보지 않는다면 돈밖에 모르는 어리석은 자로 판단해 여지없이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 미래의 아름다운 꿈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서로를 아끼며 존중하고 신뢰받는 사회를 완성하려면 나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 삶 속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솟구쳐서 나약하고 자신 없어 절망하는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가 되어 따뜻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실천해 보자. 많은 부를 축적(蓄積)했음에도 더 큰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慾心)이며, 삶의 향기가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그 욕심을 버려야만 가능하다. 주고 나누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욕심을 버려야 내일의 희망(希望)을 얘기할 수 있으며, 당당(堂堂)한 내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으면 한다.

<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서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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