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원제!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선택의원제!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김형준
  • 승인 2011.10.03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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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부터 선택의원제를 강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의협 등 의료계는 일방적인 정책 강행에 동참할 수 없다며 30일 열린 16차 건강보험정책심의회에 불참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만약 의료계의 동의 없이 실시할 경우 강력투쟁을 결행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고 한다.

선택의원제란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인 한 동네의원을 선택하여 그 곳에서만 진료를 받도록 하고 그 경우 본인부담률(진료 후 병,의원에 환자가 내는 돈)을 30%에서 20%로 줄어 주는 정책(일인당 연간 최고 1만1,150원)이다. 또한 선택된 의원에게는 등록환자의 건강관리표를 작성케 하여 심평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당 진료 및 지속률, 건강정보서비스 제공 등을 평가하여 일인당의 1000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면 당뇨병환자수는 약 200만명, 고혈압 환자는 600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20% 정도는 동네 의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한 경증임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비싼 3차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선택의원제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는 만성질환자를 1차인 동네의원으로 돌려 건강보험재정을 확충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선택의원제 시행으로 진료비 할인에는 431억원, 의원 인센티브에 320억원 등 820억원 가량의 건보재정이 더 들어가지만 이보다 2차와 3차 병원을 찾는 환자를 1차로 돌리게 되면 절약되는 재정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복지부에 의하면 선택의원제는 건강보험재정도 절약하고 경영란에 허덕이는 1차 의료기기관인 동네 의원도 활성화하며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도 줄여 주는 1석3조의 제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왜 선택의원제를 극렬 반대하는 것 일까? 우선은 이러한 선택의원제는 종합병원과 동네 의원 간의 갈등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동네의원간의 치열한 환자 유치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선택의원제는 대부분의 동네의원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 아닌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 고혈압과 당뇨병을 진료하는 특정 진료과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특정 의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 제도가 신규 개업의들의 시장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수련의, 봉직의 등의 젊은 의사들이 개업가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개업의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빼앗길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의대 졸업생들의 전공의 지원이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을 외면하고, 내과나 안과, 피부과 같은 비급여가 많은 전공과로 몰리는 상황에서 선택의원제 도입은 이런 현상에 불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되어 분만실, 응급실 등의 필수의료의 공백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환자 입장에서도 본인부담금을 줄여 준다고는 하나 당뇨, 고혈압 환자가 대부분 65세 이상의 고령임을 고려할 때 노인 환자의 경우 이미 15,000원미만의 진료비의 경우 1,500원만 내는 본인 부담금의 할인을 받고 있어 실제 혜택이 없을뿐더러 연간 8,000원에서 11,150원의 할인만 이루어지지 때문에 체감 부담률의 감소도 매우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환자들의 다양한 진료선택권만 제한하고 실질 혜택은 미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복지부는 당초 1차 의료기관의 활성화 방안으로 선택의원제 도입을 제기했다고 하지만 동네 의원에는 혼란만 가중될 뿐 결국 허약하고 부족한 건강보험재정 문제를 땜질식 처방으로 모면하려는 꼼수로만 보여 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의료계는 선택의원제가 주치의제로 가고, 결국에는 총액계약제로 가서 허약한 보험재정의 희생양으로 의료계만을 앞세우려고 한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선택의원제는 결국 겉은 '1차 의료 활성화'라고 포장하고, 실제는 구조적 한계에 빠진 건강보험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아래 돌 빼서 웃돌 괴기 식'의 임시방편적 처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건보재정 악화는 의료계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가 보험재정의 확충 없이 포퓰리즘식의 보장성 강화에만 매달린 측면이 강하다. OECD국가의 최하위권 의료비(GDP 대비 6%미만)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어떻게 늘리고, 어떻게 의료의 효율성을 확보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 한 모든 의료정책의 땜질식 처방은 결국 사회적 갈등만을 양산할 뿐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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