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업자와 은행
고리대금업자와 은행
  • 김우영
  • 승인 2011.09.3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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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애처롭다. 높이 날아오르는 물가뿐 아니라, 각종 세금과 고지서, 전세금, 월세의 급등도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고 수입에 있어 달리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월급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무직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도 정부 차원이라 하더라도 어렵기만 하다. 미래에 대한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경제 성장의 침체는 서민만이 아니라, 이른바 중산층의 삶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경제 통계에서 중산층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일반 시민들이 어려운 살림살이에서 의지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은행 대출일 것이다. 미래에 소득이 갑자기 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생존을 위해서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심정으로 찾게 되는 것이 은행 대출이지만, 최근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고,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대출을 받더라도, 원금을 갚는 것은 둘째 치고, 이자에 대한 부담이 다시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한다. 연체하게 되면 금리는 껑충 뛰게 된다. 일부 대부업자들의 빚을 독촉하는 수법도 독해져서, 이미 사회 문제화 된지 오래이다.

예로부터 서민들의 삶에서 빚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 서민들이 삶의 고단함에, 고율의 이자에 눌리고, 빚 독촉에 시달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희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서민, 중산층이 고율의 이자로 인하여 그 희망을 버리는 현상을 예방하여야 한다. 고리대금업자를 사회적 악의 대명사로 지칭해 온 것은, 서민들의 삶에서 고리의 이자와 빚 상환에 얽힌 애환이 그들의 삶을 억누르는 주요 요인이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악덕자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그의 징벌과 몰락이 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것도, 그들의 현실에서 고리대금이 일상의 현실이고, 또 그로 인한 압박에 시달려 왔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의 현실에서도 주위를 둘러보면 고리대금은 우리의 현실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신문, 방송의 광고에서도, 스팸메일에서도 대출을 권고하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신문기사에서는 고리대금 때문에 인생이 파탄 상태에 이른 많은 군상들을 접할 수 있다.

어느 사회든, 고리대금업이 번창 할수록, 고율의 이자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생의 희망을 접어야 하는 서민들의 그늘은 짙어져만 간다. 지금 시중 은행들이 바로 고리대금업자로 전락해 가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반대로 예금금리는 내려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금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도 같이 내려가야 정상이다. 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대출금리마저 올라간다면 서민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일반 은행이 대출을 줄이기 위해서 서민들의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면, 서민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자에게 더 높은 고율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빌릴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권은 일반인에 대한 대출에서 남는 돈을, 제2금융권을 통해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줌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최근 은행의 예대 마진율이 일반 예금 금리에 육박하는 등, 예대마진율이 적정수준을 넘어섰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이는 결국 연체 대출 등에 대한 가산 금리와 제 2금융권 등에 대한 대출 등을 통해서 얻은 이익으로, 상반기 1조원이 넘는 은행들의 수익률은 결코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다.

은행들의 높은 수익은 한편으로 예금금리를 지나치게 낮춤으로써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정책적으로 물가를 잡고,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 고금리가 요청된다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여 예금 금리를 높임으로써, 노후를 금리로서 생활하는 예금생활자들의 생활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은행의 높은 수익은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과 예금생활자들의 수입 축소라는 두 가지 희생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높은 예대마진이 은행의 과도한 이익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면, 공적 기관으로써의 은행의 존립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은행을 여타의 기업과 비교한다면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정상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어느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은행의 수익 구조 역시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은행은 공적 기관에 가깝다. 은행이 더 높은 예대마진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최근 제2 금융권 진출에서 보듯,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은행은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높은 예대마진율을 통한 수익 확보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은행은 대부업자나 고리대금업자가 아니다.

김우영<전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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