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키워냅시다
문화기획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키워냅시다
  • ·이흥재(전북도립미술관장)
  • 승인 2011.09.27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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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 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전북의 축제나 문화행사를 잘 꿰어 보배로 만들 전문가들이 절실하다. 나아가 남다른 아이디어와 참신한 기획이여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위도 섬마을 콘서트’가 9월 21일 부안 위도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화려한 콘서트홀이 아닌 위도 섬에서 정통 클래식 연주를 했다. 연평도, 위도, 욕지도 섬마을을 찾아가 바다와 자연을 배경으로 공연을 했던 것이다. 대중음악의 연주가 아닌 정통 클래식을 현장에서 한다는 것은 연주자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겠지만 위도 사람들에게는 평생 쉽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파격적인 참신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필자는 1998년 IMF 무렵 순창 장날 장터에서 사진을 전시한 적이 있다. 주로 순창지역 장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 시장 한 켠에 액자를 이젤 위에 세우고, 시끌벅적 풍물굿을 치고, 구경 온 분들에게 순대에 소주 한잔 씩 대접을 하자 금방 장터는 대목장처럼 북적거렸다. 5일장이라 하루만 장이 열려 나머지 4일은 장터에 있는 ‘희다방’이라는 다방에서 전시를 했었다. 장날에 장보러 나온 동네사람들이 사진의 주인공이 되어 전시되는 걸 보고 신기하게 여기며 아주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 뒤 장수 장계장, 무주장터에서도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장터에서 전시를 할 때마다 주민들과 하나가 되어 막걸리도 함께 나누어 마시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전문전시장에서 보다 장터에서의 전시아이디어가 오히려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고창 문화의 전당은 개관한지 만3년이 채 안된 문예회관이다. 그런데 인구 6만 명의 고창에서 연간 40여회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이중 영어아동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나 ‘사랑하면 춤을 춰라’라는 댄스뮤지컬 등은 모두 2회 공연에 전석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 그토록 짧은 기간에 이런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도내 시군에서는 유일하게 고창군에는 정정원이라는 공연기획자가 전문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악을, 대학원에서 예술 경영을 전공한 정정원씨는 고창군민들이 공연의 행복에 푹 빠져 살게 하는데 모든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 벤치마킹하자

대부분 시·군에서는 주로 문예회관 건물 짓는데 주력할 뿐이다. 그 공간 운영을 위한 전문가를 영입,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고창 문화의 전당처럼, 문화 전문 인력을 배치하면 전북도민의 문화지수가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의 모든 도시들이 축제와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여 도시 이미지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뿐만 아니라 이제는 도시나 지역도 브랜드를 만들어 브랜드 파워를 길러 나간다. 성공적인 축제와 문화이벤트를 잘 치루어 국제적인 도시로서 위상을 높여 가면, 그 결과 도시의 인프라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경제적 부수효과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요인이 된다.

광주의 예를 보면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치루는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하여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세계 김치축제, 아트광주, 정율성 국제음악제, 국제 영화제등의 문화행사에 1년에 평균 30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필자가 중국에 출장을 갔을 때, 광주를 아는 사람은 있었지만, 전주를 아는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다. 전주를 해외에 알리는 가장 좋은 기회는 축제와 문화이벤트를 개최하여 전북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국제 행사와 문화축제를 통한 도시 브랜드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꾀해야한다. 외국의 관광객이 전북을 찾고 전북에서 머물며 돈을 쓰게 할 묘책이 필요하다. 그런 대책중 하나가 지역의 문화유적을 찾게 한다든가, 축제에 참여하게 한다든가, 회의 및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전주와 전북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현재 전북의 지역 축제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운영하는 축제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전주와 전북은 기존 문화 축제를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브랜드화 하거나, 새로운 국제적 규모의 축제를 개발하여 지역 브랜드 축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북에서 트리엔날레와 같은 미술 축제를 개최하여 지역이미지를 브랜드화 시키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지역이미지 브랜드화 필요

이와 같은 브랜드 축제화를 위한 장기계획에는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정기적인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축제나 문화 관련 전문학과를 개설해서 지역문화 전문 인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래서 각 시군의 특성에 맞는 문화기획을 할 수 있는 전문인을 집중 육성해야한다. 마을이나 시.군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 문화 마인드가 있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전문교육을 시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문화를 꾸려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사람을 모아 조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그 프로를 이끌어 나가며, 외부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게 홍보하는 통합 디렉터, 즉 문화기획자가 필요한 것이다.

남다른 아이디어와 새로운 도전의식이 있어야 전라북도가 타시도와 다른 문화를 일구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흥재(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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