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학교가, 피해는 학생이…
잘못은 학교가, 피해는 학생이…
  • 김대곤
  • 승인 2011.09.2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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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 대학교 이름이 자주 나온다. 요즘 같이 살기 팍팍한 세상에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대학이 칭찬받을 일, 즐거운 일로 각광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못하니 대학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선 대학 얘기만 나오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입에서 나오는 인삿말이 “죄송합니다”가 됐다. 다음에 나오는 말이 “고맙습니다”이다. 학교에 대한 물심양면의 관심 표명에 다른 말이 있을 수 없다.

지난 9월5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원광대를 포함한 몇몇 도내 사립대학을 정부지원 혹은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으로 선정, 발표했다. 이어 2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군산대 등 전국의 5개 국립대학을 구조개혁중점추진 대학으로 발표했다. 도내 간판급 대학 두 곳이 잇따라 ‘부실’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은 없지만, ‘부실’ 얘기는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번 발표는 ‘부실’이란 단어와는 관계가 없다. 2010년 1년의 각종 지표를 근거로, 부족한 면을 지적한 것일 뿐이다. 대학이 그런 면에 신경 쓰지 않아 다른 대학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총체적인 대학의 ‘부실’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과잉해석이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등장하는 게 취업률이다. 대학이 더 이상 학문연구의 상아탑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상황이다. 대학이 취업예비학교가 돼야 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논쟁이 더 이상 발 붙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학은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실업자가 된다는 것은 교육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다. 그렇지만 산업구조가 취약하고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하는 것에는 할 말이 없을 수 없다. 지역 기업에서 뽑아주지 않으면, 취업률을 올리기 어렵다. 사실 수도권 일자리는 지역 대학 출신들에게 좁은 문이기도 하지만, 대기업이나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은 취직을 해도 생활하기 쉽지 않다. 수도권 직장에만 매달릴 수 없는 이유다. 지역 일자리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학생들의 눈높이도 관계가 된다. 취업의 꿈을 높게 가지는 것은 청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아 문제다. 높은 눈높이를 위해 졸업을 하고도 몇 년씩 부모의 신세를 진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부모 입장에서도 괴로운 일이다. 당장 대학졸업생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겹치는 게 현실이다.

요즘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직장의 상향진출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남들이 부러워 하는 직장에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면 단계적 상향도 고려해야 한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실업자를 면할 길도 있고, 부모님들께도 덜 죄송할 수 있다.

대학의 지표관리는 대학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문제는 학교 당국의 잘못으로 빚어진 평가 결과의 피해가 학생들에게 간다는 점이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교수와 직원이라는 또다른 주요 인자가 있긴 해도, 특히 등록금이 학교운영의 대종을 이루는 사립대학의 경우 그들에게 봉급을 누가 주는지를 생각하면 해답은 자명해진다. 총장이나 법인 이사장이 봉급 주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준다. 극히 일부지만, 이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이 배움의 과정에 있는 존재라고 하지만, 주제파악 못하는 사람들이다. 표현이 좀 거칠지만, 머슴들이 일을 잘못했는데, 피해가 월급 주는 주인에게 가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지표는 노력에 따라 개선이 가능하다. 불명예스러운 낙인은 1년 내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낙인의 흔적은 남는다. 세인의 머리에 각인된 ‘부실’의 이미지를 없애,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 노력을 할 것이다.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용서를 빈다.

김대곤<원광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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