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 수학
사고력 수학
  • 김인수
  • 승인 2011.09.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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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수학의 대중화와 다양한 질문에 다양한 방식의 대답을 들려줄 책을 펴냈다. 제목은 “일상으로 떠나는 유쾌한 수학여행 ‘수학의 세계’ ”라 하였다. 이 책은 수학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여러 가지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호기심을 갖고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하는 한편, 재미있는 수학적 사실을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초등생을 둔 학부모라면 한번쯤 수학 관련 도서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각종 실력향상 심화문제집, 상위권의 경시문제집, 수학 관련 흥미 도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문제집은 어떤 것일까? 읽기에 이 책은 적당할까?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까?" 고르기도 만만찮고, "수학은 주요 과목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흔히 부모는 어렵게 선택한 문제집, 관련 도서일수록 자녀의 문제해결력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많은 문제를 접한다고 해서 학생의 문제해결력이 좋아질까?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학생의 지식이 쌓여 나갈까? 답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학생이 문제를 많이 풀면 응용력보다는 문제 패턴(유형)에 익숙해진다. '많은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다른 문제들도 자신 있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많은 관련 도서를 읽었기 때문에 '지식이 풍부하고 응용력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실상은 학생이 그때그때 보는 내용에 집착하고 다른 내용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식 정도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러한 단편적 지식을 연결해줄 수 있는 매개체는 없을까.

현재 8차 교육과정으로 교과서가 개정되면서 바뀐 내용 중에 초등수학의 목표는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길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며, 수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기른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서술형 문제와 수행 평가의 비중이 많이 늘어난 점을 볼 수 있다. 문제풀이에 익숙하여 답만 찾으면 그만이고 더는 다른 것을 생각해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의 수업방식에서 독이 될 것이고 서술형 문제와 수행 평가의 높은 비중은 극복하기 어려운 벽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한 학생이 "수학은 암기과목이다. 공식만 외우면 백점이다"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수학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목이다.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그 결과로 얻게 된 생각을 폭넓게 활용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마디마디 끊어져 있는 수학적 지식을 연결해줄 수 있는 매개체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고력 수학'인 것이다.

문제는 수학 교육의 본질인 사고력을 높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성적에만 연연하여 문제만 계속 풀다가는 결국 수학을 멀리하고 중·고등학교 어느 순간에는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으므로 수학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등학교 때부터 전자계산기적인 기능을 훈련하는 학문이 아닌 생각하는 자유로움과 문제 해결의 다양성, 즐거움을 바탕에 둔 사고력 수학 수업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문제풀이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 보면 초등생용 수학도서가 많다. 책을 선택할 때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나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의 주제를 먼저 살펴보고 주제와 관련한 읽을거리를 찾아보도록 한다.

수학책을 읽기 전에 책을 대충 훑어보면서 어떤 독후감을 쓰면 재미있을지 미리 생각을 해두고 책을 읽어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독후감이 나올 수 있다. 만일 책 한권을 다 읽고 책 전체에 대해 수학적인 내용으로 독후감을 쓰려고 한다면 막막할 수 있다. 수학 단행본의 경우 책 한권에 들어있는 주제도 많고, 그 중에는 난이도가 높은 것도 많아서 독후감 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자신이 특별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에 대해서 깊이 있게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내용을 정리할 때는 책을 읽고 어떤 개념을 알게 됐는지 나만의 글로 다시 설명하거나, ‘만약 ~이라면(~이 아니라면)’과 같이 가정해서 쓰기,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 새로 알게 된 부분, 더 알고 싶은 부분 등을 생각하면서 쓰면 좋다.

김인수<전북대 교수·호남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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