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誠實)과 친구 되는 사회
성실(誠實)과 친구 되는 사회
  • 유춘택
  • 승인 2011.09.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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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물질문명의 발달이 촌각을 다투어, 어제의 일은 먼 과거사가 되고, 한 치 앞을 예견 못하는 세상일에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한 마디로 위안을 삼아야하고 치부해버려야 하는 우리들에겐 이미 버릇처럼 되어져버린 다양한 세상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을 보면 뛰어난 내세관이 있고 미래지향적이어서 미래를 향한 충실한 현실적 삶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종교의 공통된 취지는 바로 성실이란 말에 귀결하면서 정직한 삶의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굳이 성실의 가치나 사전적의미를 캐물을 필요도 없이 다 아는 단어다. 성실 그 자체를 논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영국 수상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젊어서 독신으로 지내던 시절에 하녀 한 명을 구하게 되었는데 추천을 받아서 온 여자는 두 명이었다. 디즈레일리는 첫 번째 여자에게 물어 보았다.

“당신이 만약 스무 장의 접시를 포개 들고 이 방을 나가다가 문턱에 발이 걸렸다고 합시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하겠소?”

첫 번째 여자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였다.

“그런 정도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그 순간 턱으로 접시를 단단히 누르고, 얼른 무릎을 꿇겠습니다. 또 그것이 여의치 않아서 넘어진다고 할지라도 몸을 굴려 접시를 한 장도 깨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여자는 똑같은 질문을 받고 얼굴을 붉히면서 다만 이렇게 간단히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그런 일을 겪어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발이 문턱 같은 데 걸리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겠습니다.”

디즈레일리는 그 두 번째 여자를 하녀로 채용하였다. 유도선수처럼 낙법을 구사하겠다는 재주꾼보다는 조심하겠다는 쪽이 훨씬 더 믿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디즈레일리는 나중에 그 하녀와 결혼하고 이어서 영국수상이 되었다. 하녀가 수상부인이 된 것이다.

이리하여 일약 하녀에서 영국수상의 부인이 된 그녀는 나중에 유명한 일화를 또 남겼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이 마차를 타고 국회에 연설을 하러 가는데 그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국회로 가는 마차 속에서 디즈레일리는 열심히 연설원고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부인이 마차 창문을 닫다가 잘못해서 그만 손가락이 끼이고 말았다. 부인은 남편의 일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마차가 국회에 도착할 때 까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마차가 도착하고 나서 보니 부인의 손가락은 새까맣게 멍이 들어 있었다.

이것은 여자의 미덕을 강조하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칠과 더불어 영국에서 가장 훌륭한 정치가로 손꼽히는 디즈레일리의 성공에는 이러한 내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디즈레일리가 손가락이 끼이자마자 죽겠다고 소리를 지리는 그런 여자와 결혼 했더라면 결코 수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접시를 턱으로 누른 채 몸을 굴리겠다는 여자와 결혼했더라면 결코 역사에 남을 만한 정치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디즈레일리의 부인은 성실과 인내, 그리고 수상부인으로서의 사명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겪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조심하겠다.”는 사람을 우리는 신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만 믿고 염려하지 말라”고 큰 소리 치는 사람을 우리는 믿지 못한다. 또 그런 사람한테 부탁한 일은 십중팔구 성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글쎄요, 어려운 일이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신용이 두터운 법이다.

정직해야한다는 건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이다. 정치가도, 학자도, 관리도, 상인도, 회사원도 모두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 자기가 하는 일에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한테는 사명감을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정직과 성실 그리고 사명감은 그림자처럼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남을 위한 희생으로 사랑과 봉사의 미덕까지를 더한다면 이세상은 분명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유춘택<전주시자원봉사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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