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하루는 15시간 40분의 노동
고3의 하루는 15시간 40분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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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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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50분, 우리 학교 3학년 3반에는 어김없이 바다를 향한 달팽이들이 모인다. 등껍질이 무거워 지각한 달팽이 친구들은 최신유행 파마머리를 하신 호통 달팽이 선생님께 혼이 난다. 그리고 8시 20분, 다시 시작된 달팽이들의 레이스. 무기력하고 지친 달팽이 친구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10대의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자기연민마저 생긴다.

쉬는 시간, 가던 길 잠시 유턴하고 친구달팽이와 개미네로 놀러간다. 개미네 집은 값싼 먹을 것이 많다. 그렇게 먹을 것을 사들고 교실에 오면 친구달팽이들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이럴 때만 친구 찾으며 “친구 좋다는 게 뭐니?”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12시 10분되기 1분전, 잠시나마 달팽이들은 다리에 모터를 단다. 밥을 20분 이내로 먹고 오지 않으면 우리의 사악한 담임 쌤은 우리를 구워먹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 중에는 이것을 즐기는 친구달팽이가 있어서 문제이다.

1시 10분, 다시 시작된 바다를 향한 끊임없는 질주, 하지만 식곤증이 몰려온다. 내가 바다를 향해 가는 건지, 바다가 나에게 오는 건지……. 4시, 청소시간이다. 나와 내 친구 달팽이와 가위, 바위, 보의 한판승이 펼쳐진다. 누가 좀 더 쉬운 청소를 맡은 지 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김없이 나의 승리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친구 달팽이는 오늘 하루쯤은 청소 안 해도 된다며 악마의 속삭임으로 나를 유혹한다. 난 못 이기는 척 넘어간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

7시 20분, 외계어가 방송되어 진다. 바다를 가기위한 하나의 관문이다. 바다를 가기위해서는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는 것 같다. 9시 30분, 집이 먼 달팽이 친구들은 먼저 떠난다. 집은 잠만 자는 곳인 걸까? 라는 생각도 든다. 엄마 얼굴보다 친구 달팽이들의 얼굴이 더욱 익숙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11시 30분, 기나긴 하루의 여정이 끝이 났다. 3개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후후훅 지나갈 거란 담임 달팽이 쌤의 말. 지치기도 하지만 하루의 15시간 40분을 같이 보내는 친구들과의 생활이 끝이 난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분명 지금은 힘이 들고, 짜증이 나는 생활일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그리워지는 추억이 될지 모른다.

-원광여고 3학년 임성해

<강평>
우리나라 고3생들의 고달픈 하루를 적은 글이다. 무엇을 주장하기보다 자신들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들려주고 있다. 달팽이라는 은유를 통해 무거운 짐을 지고가야 하는 부담과 고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너무 시간적 구성이어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과제별로 써 나갔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김판용<시인·전주아중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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