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뭐하냐" 전북의원들 우울한 ‘추석 귀향보고서’
"정치권 뭐하냐" 전북의원들 우울한 ‘추석 귀향보고서’
  • 박기홍기자
  • 승인 2011.09.13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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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욕을 먹는 일이라지만 이번 추석처럼 혼이 난 적도 없습니다”.

추석 연휴에 고향 민심을 접한 도내 국회의원들은 정신이 화들짝 나도록 질타를 당했다고 전했다.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정도로 어려운데 정치권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추궁성 목소리가 컸고, 도심지에선 4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관련한 기성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는 민심이 노도(怒濤)처럼 일었다고 덧붙였다.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을)은 “전통시장 상인과 시내 음식점 주인들을 만날 때마다 체감경기가 너무 안 좋다는 푸념이 홍수처럼 쏟아졌다”며 “복지시설 관계자들도 예년엔 10개 기관의 따뜻한 손길을 접했는데 올해엔 4곳 정도에 불과했다며 썰렁한 민심을 전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안철수 파장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정치의 실종을 걱정하고 기존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 당 차원에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익산갑의 이춘석 의원은 “살기가 너무 팍팍하다. 먹고 살게 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며 “특히 민주당이 힘을 합쳐도 정권을 되찾아 오기 힘든 상황에 왜 자꾸 가만히 앉아 있느냐고 많이 혼났다”고 민심을 전했다. 이 의원은 “20, 30대 젊은이들은 정치 무관심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며 “정치인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요구조차 하지 않는 정치 무시 현상마저 느끼면서 마음 둘 곳을 몰랐다”고 토로했다. 조배숙 의원(익산을)도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 살려달라는 호소를 많이 접했다”며 “민주당 당원들의 경우 안철수 현상 때문에 당의 존재감을 상실한 것 같다며 속상해 하는 등 민주당의 존재감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군산의 강봉균 의원은 “추석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는 상인과 농민들, 취직이 너무 힘들다는 젊은이들의 절규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농촌 민심은 한마디로 흉흉했다고 국회의원들은 전했다. 수해에다 소값 폭락, 벼농사 문제 등 켜켜이 쌓인 한숨과 걱정 소리에 명절 연휴의 소담(笑談)조차 사라질 정도였단다. 이강래 의원(남원·순창)은 “연휴 이틀 동안 전통시장을 일일이 방문해 보았는데 손님이 뚝 끊기는 등 너무 침체해 있더라”며 “한우값 폭락에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심한 것 같아 위안의 말도 꺼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소값은 떨어졌는데 사료 값은 상승했고, 사육두수 과잉으로 전망도 어둡다는 농사의 푸념만 접한 연휴였다”고 덧붙였다.

진무장·임실의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젊은층은 취직 걱정으로 날을 새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농촌에서도 안철수 현상에 관심이 있었고 정치권이 요동치니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사람들이 부상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는 모습이었다”며 “민주당이 정권 교체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고 전했다.

최규성 의원(김제·완주)은 “수해 때문에 벼 수확을 걱정하는 농민들 얼굴을 보기조차 힘들었다”며 “축산농가들은 소값 하락을 가장 많이 걱정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농촌경제가 너무 좋지 않아 정치 얘기는 접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소를 키워도 사료 값을 건지기 힘들다는 푸념에 휩싸여 언감생신 정치 얘기는 화두에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춘진 의원(고창·부안)도 고향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말은 “살기 어렵다”였다. 김 의원은 “경기가 바닥이다. 농산물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하소연을 많이 접했다”며 “민주당이 정권 교체해야 하는데 잘 되겠느냐는 걱정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도내 국회의원들은 귀향 민심을 토대로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정치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거듭 다짐한 연휴였다고 밝혔다.

박기홍기자 khpark@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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