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차리기도 벅차다
추석, 차례상 차리기도 벅차다
  • 김민수기자
  • 승인 2011.09.06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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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 모실 차례상…외국산 수산물과 과일을 올릴 수도 없고, 정말로 고민되네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렇게 까지 고민해보기도 처음이네요”.

6일 오전 전주시 인후동 소재 모래내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과일과 수산물 등 추석 제수용품을 구경하고 다니던 주부 박모(61·전주시 진북동)씨가 무거워진 발걸음을 멈춘 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솟구친 물가를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풍요를 축하하는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의 들뜬 분위기는 어디로 사라저 버린 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물가 쓰나미로 서민들의 주름은 깊어지고만 있다.

예년 같으면 차례상에 올릴 제철 과일 값은 크게 오르고 무와 배추, 고추와 소금, 양념 등 말 그대로 안 오른 품목이 없을 정도로 물가폭등이 이어 지면서 ‘한가위 보릿고개’란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힘겨운 추석 명절나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 수치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8월 전북지역 소비자물가는 지난 2008년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인 5.6%로 급등했다.

서민 경제의 기본인 신선식품이 1년 새 20% 가까이 오르며 지수를 상승시킨 가운데 풋고추가 61.3%, 양상추 52.9%, 고등어 52.4%, 소금 46.7% 올랐으며, 하수도료 61.6%, 등유 26.1% 등 주거비용도 인상됐다.

소금의 경우 일본 방사능 사태와 기나긴 장마 탓에 부안 곰소지역에서 거래되는 도매가(20kg)는 1만2,000원선으로 이는 지난해 1만원보다 20% 오른 가격이며, 소매가는 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추값은 붉은고추, 건고추 할 것 없이 최대 배 이상 가격이 올라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벌써 걱정스런 분위기다.

콩과 고춧가루 가격이 한해 동안 40% 이상 오르면서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 장(醬)류 값도 20% 안팎씩 올라 주부들이 양념 하나 장바구니에 담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추석을 앞두고 전북지방중소기업청과 지역 주부클럽 등이 추석물가를 조사 발표하면서 전통시장 이용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다고 했지만, 전통시장 역시 지난해 가격 수준의 15%를 넘어섰다.

직장인 장모(43·여)씨는 “최근 각종 보도를 통해 차례상 물가 조사를 발표하던데… 전통시장은 17만원선, 대형마트는 20만원을 넘기를 것으로 보고하고 있지만, 이는 4인을 기준으로하는 최소한의 통계일 뿐 오랜만에 만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차려놓고 먹기엔 버거운 현실인 것 같아요.”라며 실제 체감 물가는 더 크다고 꼬집고 있다.

주부 이모(54) 역시 “물가가 하도 올라 지난주 조금이라도 가격이 쌀까해서 대충 장을 봤는데도 30만원을 훌쩍 넘겼어요”라면서 “명절인데 음식장만을 안 할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네요”라고 푸념했다.

김민수기자 leo@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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