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
나눔의 행복
  • 서삼석
  • 승인 2011.09.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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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백과(五穀白果)가 익어가는 계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던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 해 같으면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애타게 기다리던 명절이었지만, 퍼붓는 비를 견디다 못해 주택이 붕괴 되고, 일조량 부족 등으로 농작물 생육이 저조하다 보니 금년 추석이 떠들썩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피해현장으로 달려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 소속이나 직책을 떠나 수해복구에 힘을 보태기 위해 휴일을 반납한 기관, 한푼 두푼 모은 저금통을 털어 성금에 보태는 학생 등 아픔을 나누려는 사람이 적지 않아 꼭 비관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실의에 빠진 수재민에게 희망(希望)으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선비정신을 배울 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서로 도와야 한다.”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의 덕목을 향약(鄕約)에서 제일로 삼은 것만 보더라도 우리 조상들이 이웃과 함께 나누며 베푸는 삶을 얼마나 중요시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득이 없으면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싫으면 못마땅한 표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면서도 내게 좋은 것, 내 맘에 드는 것, 내게 편리한 것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이득을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상대방을 속이는 개인본위(個人本位) 문화가 그들만의 행태로 끝나지 않고,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 버리고,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누구의 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우리 모두의 탓이며, 책임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고고한 자태와 기풍, 곧고 바른 기상을 본받기 위해 늘 곁에 두고 배우려 노력했던 선비정신이 지금에 와서 더욱 빛이 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잔설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 알아주지 않아도 청초한 자태와 은은한 향기로 주위를 맑게 하는 난초, 모든 꽃들이 시들어가는 늦가을에 서리를 이겨내며 피는 국화,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도 푸르름이 변하지 않는 대나무의 기상을 가슴깊이 새기고 꼭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올바른 가치와 도덕적 심성으로 양심이 통하는 사회, 나눔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사회가 구현되도록 따뜻한 심성과 예의, 의리와 지조를 중시했던 선비들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나눔이 경영이다

사회적 책임이 증가하면서 나눔을 실천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을 핵심과제로 선정해 나눔의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고심을 하고, 개인도 봉사활동이나 나눔의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불우시설이나 어려운 이웃을 찾는 횟수가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노력이 생존전략(生存戰略)의 얄팍한 전술이 아닌 진정 남을 위하고, 우리사회를 생각한 배려의 마음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소위 잘나가던 기업이 한 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CEO의 잘못된 경영, 시장의 악화, 기술개발의 소홀함 등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직원 간 소통문화 부재와 “나눔 활동”의 소홀함이 실질적 원인임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나눔은 가장 훌륭한 경영이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나눔의 경영활동을 적극적 추진했던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어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 닥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다시 일어서게 된다.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과 기업이 존경받는 사회, 많은 돈을 버는 것만이 성공이 아닌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며, 나눌 줄 아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사회다. 누런 황금들판을 거니는 농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차고, 풍년가가 저절로 나오기를 기대해 보지만, 집중호우의 여파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차례 음식을 장만하고,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정담을 나누며 아름다운 옛 추억을 안주삼아 이야기 타래를 풀 수 있는 행복한 명절이 될 수 있도록 어려운 이웃에게 좀 더 나누고 베풀어 행복을 만끽했으면 한다.

서삼석<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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