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유료화 논의
경기전 유료화 논의
  • 이동희
  • 승인 2011.09.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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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어진을 봉안한 경기전 관람을 지금처럼 무료로 할 것인지, 아니면 1,000원의 입장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필자는 유료화에 찬성하는 사람으로 이 문제의 몇 가지 논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절차상의 문제이다. 전주시에서 유료화 방침을 정해 놓고 토론회(8월 24일)를 개최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점은 말 그대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이 때문에 무료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유료화로 했을 때 시민공원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고,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유료화가 관광객 감소를 초래한다면 이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전 관람료로 천원을 받는다고 해서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감소할지 의문이다. 한옥마을은 경기전이 중요한 콘텐츠이기는 하지만 한옥마을 관광의 주가 아니고, 또 천원 입장료가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외면할 만큼의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 선상에서 태조어진 진본을 볼 수 없는데, 관람료를 받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경기전에는 태조어진만이 아니라 진전 건축이 있고 어진봉안시 사용했던 가마를 비롯한 전국 유일의 의식구들이 있다. 또 어진 진본은 아니지만 모사본을 통해 태조임금을 만날 수 있다.

시민 휴식공간을 빼앗는다는 견해도 주목된다. 그러나 경기전을 이 관점에서만 보아서는 안된다. 경기전은 본래 공원이 아니다. 경기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어진(왕의 초상)을 봉안한 신성하고 엄숙한 공간이다. 이를 훼손한 것이 일본이다. 일제강점기에 경기전의 반쪽을 철거해 신성성을 훼손하였고 이런 일본의 태조 부정이 결과적으로 경기전을 휴식공간으로 자리하게 하였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관람료 천원은 그 액수로 보아 받아도, 받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러나 선택을 하라면 유료화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무엇보다 경기전 본연의 신성성을 되찾고 경기전을 영구히 잘 보존해 가기 위해서는 유료화를 통한 일정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전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지 현재만의 공간이 아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경기전의 원형을 되찾고 잘 관리보존해 갈 수 있는 방안인지 하는 관점에서 유료화 문제를 보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명소로 자리한 한옥마을의 대표적인 볼거리로서 경기전의 가치를 도외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많지 않은 관람료를 받는 것이 우선은 양쪽 시각을 맞추어 갈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한다. 관람료 만원과 천원은 다르다. 그리고 관람료를 경기전에 재투자해서 보다 콘텐츠를 확충해 가는 것이 5년후 10년후에도 한옥마을이 관광명소로 지속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전주시는 왜 이런 논란들이 크게 일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유료화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유료화로 어떻게 경기전을 잘 보존하고 명소로 자리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지난번 토론회를 찬반 논의로만 보는 시각이 있지만, 찬반을 떠나 주목할 의견들이 많았다. 이런 가치 있는 의견들이 찬반에 묻혀버려서는 안된다. 유료든 무료든,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주목해 향후 경기전과 한옥마을 발전에 반영해야 한다.

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어진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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