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산층 20년
한국의 중산층 20년
  • 김동열
  • 승인 2011.08.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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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은 경제의 중심축으로서 나라경제를 이끌어가고 사회통합을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좋은 중산층이 많아질수록 경제가 안정되고, 정치는 깨끗해지고,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중산층이란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하여 한 가운데에 위치한 중위소득을 기준점으로 삼아, 그 중위소득의 50%에서 150% 사이에 위치하는 가구를 중산층이라고 정의했으며, OECD 등에서 국제기구에서 국가간 비교를 위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정의이다.

이와 같이 사회통합과 안정적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두터워지기는커녕 지난 20년 동안 계속해서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 20년간 1인당 GDP는 6천 달러에서 2만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으나, 중산층의 비중은 1990년 75.4%에서 2010년 67.5%로 약8%p 감소했고, 가계수지는 악화되는 등 삶의 질이 후퇴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중산층의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임시직과 일용직, 파트타이머, 파견직과 불완전 고용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사업소득의 감소와 자영업 비중의 감소, 소득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중산층의 변화를 분석해 본 결과, 크게 다섯 가지 특징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중산층의 대표 가구가 변했다. 1990년의 대표적인 중산층은 “30대-고졸-제조업-남성 외벌이”였으나, 2010년 “40대-대졸-서비스업-남녀 맞벌이”로 변화하였다. 즉, 지난 20년간 중산층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37.5세에서 47세로, 맞벌이 비중은 15%에서 37%로, 여성 가구주의 비중은 11.6%에서 16.4%로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저출산, 고령화, 고학력화, 여성의 사회진출 등 사회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특히 중산층 가구의 맞벌이 비중이 ‘90년 14.0%에서 2010년 37.1%로 급증한 것은 이제 남성 혼자 벌어서 가계를 책임지기는 힘들어졌다, 맞벌이를 해도 넉넉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 중산층 가운데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큰 적자가구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중산층 가운데 적자가구의 비중은 1990년 15.8%에서 2010년 23.3%로 높아졌으며, 중산층 가계수지 흑자액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비중(흑자율)은 1990년 22.0%에서 2010년 17.9%로 낮아졌다. 이는 비소비지출의 증가와 그에 따른 처분가능소득의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20년 동안 소득이 상당히 증가했지만 반드시 지출해야 할 것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셋째, 중산층의 소득 구성이 변했다.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자영업의 구조조정, 부동산 경기의 침체 등으로 경상소득 가운데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으며, 사회안전망의 확충에 따라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5.4%에서 2010년 10.2%로 크게 증가했다.

넷째, 중산층의 경직성 지출 비중이 급증했다. 지난 20년간 중산층 가구의 지출 가운데 부채상환액 비중은 2.5배 이상,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준조세지출 비중은 3배 이상, 사교육비 지출 비중은 3배가량, 통신비 지출 비중은 3배가량 증가했다. 특징적인 것은 부채상환을 위한 지출 비중과 사교육비 지출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중산층 가구의 부채상환을 위한 지출의 비중이 1990년 가처분 소득의 10.4%였는데, 2010년에 27.5%로 세 배 가량 급증했으며, 특히 2000년 이후 크게 높아졌는데, 이는 전세 가격과 집값의 상승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중산층의 사교육비 지출 급증했는데, 1990년 2.1%에서 2010년 6.0%로 3배가량 커졌다.

다섯째, 소비여력의 감소에 따라 중산층은 선택적 지출을 줄였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지출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 오락/문화비의 비중이 1990년 4.3%에서 2010년 4.1%로 감소했으며, 음식/숙박비 지출 비중은 2000년 10.1%에서 2010년 10.1%로 변화가 없었다.

위와 같이 위축된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급증한 경직성 지출의 비중이 더 이상 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장기에 걸쳐 분산시키고,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여 미래의 부담을 예측가능하도록 전환하는 정책적 유인이 제공되어야 하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대책도 필요하다. 아울러, 사교육비 부담의 완화를 위해 공교육 내실화와 관련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다음으로 소득 측면에서 보면, 좋은 일자리를 통해서 ‘안정적인 소득’을 늘려야 한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직업훈련 내실화, 대학진학률을 낮출 수 있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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