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목조역사 옛 서도역이 잊혀지고 있다
국내 최고의 목조역사 옛 서도역이 잊혀지고 있다
  • 박기홍기자
  • 승인 2011.08.3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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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인 옛 서도역이 일반인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있다. 1932년에 지어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사(驛舍)로 알려지며 한때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주변에 먹고 즐길 거리가 없는 데다 신역사마저 3년 전에 문을 닫으며, 근래엔 찾는 이들의 발걸음마저 뚝 끊어지고 있다.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에 있는 전라선 철도역인 서도역은 1934년 10월에 역무원이 배치된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3년 만에 보통 역으로 승격되었다. 서도역은 혼불의 중요한 문학적 공간으로, 주인공 강모가 전주로 전학 가는 모습과 인근 사람들이 남원으로 오가는 장면이 잘 묘사돼 있다.

서민들의 애환이 듬뿍 담긴 서도역은 2002년 10월 전라선 개량공사로 헐릴 위기에 처하자 2006년 남원시에서 매입해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영상촬영장으로 보존 활용하고 있다. 수십 년의 풍파를 견딘 목조건물이 너무 아름답고 고풍스러워 한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1km 떨어진 혼불문학관을 찾는 관람객만 한해 약 3만여 명, 이들이 모두 옛 서도역을 거쳐 가게 된다.

하지만 주변 관광지와 잘 연계가 되지 않아 1시간 관광코스로 전락, 언제부터인지 관광객이 뜸하더니 최근엔 주말에도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기억 속의 역사(歷史)’로 변해 있다. 30일 오전에 찾은 옛 서도역에는 잡풀에 갇힌 녹슨 철로, 잔디 속에서 뛰노는 메뚜기, 귀청을 때리는 매미소리만 덩그러니 지키고 있었다. 시인 박명용이 “서도역은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라고 읊었던 구절이 가슴에 와 닿을 정도로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옛 서도역 앞에 위치한 ‘혼불숭어리들름터’는 개관(2007년) 4년 만에 문을 닫았고, 2009년 5월에 완공한 ‘혼불전통한증막과 역사관’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도리의 70대 한 할아버지는 “뭐 구경꺼리가 있어야 하는 데 없어. 먹을 곳도 없고 주변에 둘러 볼 것도 마땅치 않아서…”라며 아쉬워했다. 인근의 새 역사마저 이용객이 없어 2004년 7월에 여객 취급이 중지됐고, 2008년 7월부터는 아예 역무원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역무실이 폐쇄된 상태다.

남원시의 한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투자를 많이 못하고 있다”며 “올 연말엔 국비를 지원받아 일부 조형물을 설치 보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옛 풍경을 그대로 살리면서 관광자원화할 수 있도록 산책로를 추가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혼불문학관과 연계해 별도의 인력을 배치, 관광객을 안내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기자 khpark@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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