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經濟)인가? 경재(經災)인가!
경제(經濟)인가? 경재(經災)인가!
  • 김진
  • 승인 2011.08.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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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한양대, 경희대, 외대, 중앙대... 이는 무슨 순서대로 나열한 것일까? 아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서울시내의 성적이 좋은 대학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엉뚱하게도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적은 순이다. 1위인 서울대 5.4%부터 17위인 세종대 18%까지 거의 균일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분석해 보면 서울대나 연·고대생들은 학자금 대출이 별로 필요치 않고, 서울시내 하위권 대학생들은 다섯 명에 한명씩은 학자금대출이라는 빚을 안고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결국 양극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얘기할 때, 부의 세습이 교육기회의 세습으로 이어진다거나,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교육의 기회가 박탈당한다는 우려가 학자금대출 비율로 입증된 것이다.

*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이 그리워 교육기회는 사회의 책임

그러고 보면 없는 사람들에게는 옛날이 더 좋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판검사도 될 수 있었고, 현대그룹 회장도 될 수 있었고, 고등학교만 졸업해서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또 너나없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없다고 업신여김을 당하지도 않았다. 한데 이젠 세상이 변하다보니 자녀교육에 있어 환경적 여건도 점점 중요시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부유층에 속한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 놀고, 얼굴까지 예쁘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는 교육현장까지 자본주의논리가 퍼졌다는 얘기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들의 교육환경이 정해지고, 경제력의 여유로 인해 자녀들의 예능감에도 투자하고, 또 외모도 실력이라는 사회적분위기에 편승해 어린자녀들의 성형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부유층자녀들이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 놀고, 얼굴까지 예쁠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젠 개천에서 용 나오기가 힘든 사회로 변해가는 것이다. 예전의 부모세대에는 우골탑 세워가며 자식들만 공부시켜 놓으면, 그 자식들이 출세해서 집안을 일으키는 일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잘사는 집 자식들이 다시 잘살게 되고, 못사는 집 자식들은 똑같은 삶을 살게 되는 ‘기회상실의 시대’로 변해버린 것이다.

* 사상이 없는 지도자들

어느 사회나 그 사회의 문화정신은, 그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지배계급의 정신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강력한 지배계급이 교육제도·학교·교회·신문·극장 등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으로 자신들의 사상을 많은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사회의 지배계급들은 누구일까? 아마 정치인, 종교인, 기업인, 언론인, 대학교수, 또는 전문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럼 그러한 지배계급들의 정신은 무엇일까? 그들이 우리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로써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사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정점부터 내게 이르는 매개체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과 경제 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그들의 사상이 돈과 경제뿐이란 얘기다. 그렇게 지배계급들의 사상이 돈이고, 경제뿐이니 온 나라가, 온 국민이,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이 돈과 경제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라도 알려면 똑바로 알아야 한다. 경제는 세상일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뜻을 가진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줄임말이다. 한데 세상을 구하기는커녕 못 가진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해서 세상을 재앙으로 몰아넣는다면, 그건 경제가 아니라 경재(經災)가 될 것이다. 사상이나 가치철학도 없이 그저 표계산 밖에 모르는 무지한 지도자들로 인해, 이 땅의 젊은이들이 감내해야 할 희생이 너무나 큰 것 같아 가슴이 저리다. ‘우리는 등록금을 벌기 위한 알바생이 아니라, 학문을 배우는 대학생이 되고 싶어요!’ 방학기간 내내 학교에 붙어 있는 대자보가 내가 이시대의 스승임을 부끄럽게 만든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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