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장수하려면
기업이 장수하려면
  • 이병화
  • 승인 2011.08.2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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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무병장수를 원하듯이 기업도 장수하기를 원한다. 사람의 수명은 의료기술을 비롯한 각종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놀라우리만치 연장되어 이제는 고령화를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별다른 사고가 없이 평범하게 산다면 80세를 넘기는 형국에 이른 것이다.

기업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1965년에 존재했던 100대 기업중에서 10년이 지난 1975년에는 31개 기업이 살아있더니만 30년이 지난 1995년에는 20개 기업으로 줄었고 44년이 지난 2009년에 생존한 기업은 12개에 불과했다. 즉 1965년 이후 44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보면 100대기업의 생존율은 12%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단명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30년 전 포춘지가 꼽은 세계 초우량기업 46개 가운데 6개만이 현재 살아 있다고 한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스피상장기업의 평균수명은 33년이고 코스닥 기업은 17년이라고 한다.

미국의 짐 콜린스는 기업이 망하는 단계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일단계의 징후로 성공으로부터 오는 자만심을 들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꽃조차 피지 못하고 시들지만 그래도 성공했다는 기업들조차 그 수명이 길지 못한 것을 보면 아직도 기업경영은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책자와 논문 등을 통하여 지속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요건 등에 대해 백인백색의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도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즉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높은 꿈을 안고 기업을 창업하고 있고 수많은 CEO들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기업들은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기업이 오랫동안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오래 살려면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해야 하듯이 기업도 오래 살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3가지 측면에서 건강해야 한다.

첫째, 사람이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신체의 각 부분이 정상적이고 균형적이어야 제기능을 하듯이 기업의 경우도 본지점, 영업부문이나 관리부분 또는 대내외 부문을 구별할 필요없이 모두가 건강해야 한다. 즉 부서간의 우열의식이나 차별대우가 없어야 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에 속한 임직원 모두가 신체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업무에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이들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하고 인색하게 할 것이 아니라 성과로 인정하는 대범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하듯이 기업의 경우도 존재목적이나 목표 그리고 경영철학 등이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임직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목표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고객과의 관계도 공정해야 한다. 초기자본주의 시대에는 기업을 단순히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었다. 그래서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성과지상주의가 만연되었었기에 불법,부당한 업무처리도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묵인되거나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행했던 경우가 많았다.

셋째로 사회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복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벤트성 행사에 후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도 있고,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서 전담하는 등 그 정도와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그 수준이 불우이웃 돕기나 장학금 수여 등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에 고령화와 외국인의 교류확대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는 생산성 향상 이라는 미명하에 구조조정이나 일자리 축소를 치적으로 포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은 누구를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가. 투자자 또는 자본가? 매년 회사의 수익은 자본만으로 가능한 것인가?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가? 회사 건물도 멀쩡하고 최첨단 설비도 갖추어져 있으며 브랜드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와 같이 충돌될 소지가 있는 이윤추구 내지 생산성 향상과 고용창출이라는 두가지 책무를 균형있게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한 사회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운동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하듯이 기업 또한 장수하기 위해서는 그에 속한 임직원 특히 경영진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듯 소속 임직원과 거래상대방 등 이해관계인과의 관계와 회사의 경영방침 등을 매일매일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병화<하나대투증권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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