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의 불감증
탈세의 불감증
  • 유춘택
  • 승인 2011.08.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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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란 국가 등의 정부기관이 특정한 목적의 달성 등을 위하여 국가의 생활비로서 개개인에게 소득 또는 행위에 대하여 징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상으로서가 아니라 그 재력의 취득을 위하여 과세권에 의거하여 일반 국민에게 그 자력(資力)에 따라 균등하게 부과·징수하는 과징금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요즘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미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표현하고 있다. 정당한 대접을 받기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죽어서 저 세상까지 따라오는 것이 무엇이냐는 수수께끼를 낸다면 미국 사람들은 ‘세금 계산서’라고 답을 내놓는다고 한다. 세금이 얼마나 지겹고 원망스러웠으면 그런 농담까지 생겼을까 싶다.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던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 작품인 ‘매드매드 대소동’이라는 영화에 보면 네 명의 강도가 30만 달러를 털어서 신나게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30만 달러니까 일인당 7만5천 달러가 돌아가는 셈이다. 그런데 돈을 나누던 강도 한 명이 깜박 잊었다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외친다. “이봐, 친구들! 훔친 돈 중에서 세금은 따로 떼어 놓고 계산해야 할 것 아니냐?” 개그콘서트에나 나올 법한 웃기는 패러디에 불과하지만 비록 강도요 도둑일망정, 세금에 대해서 얼마나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세금에 관한한 우리나라에서도 참으로 아름답고 흐뭇한 이야기가 회자(膾炙)된다. 1939년 한국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하였고, 1969년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사장직을 물려줌으로써 전문경영인 등장의 길을 여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던 고 유일한박사가 창업한 ‘유한양행’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유한양행이 탈세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국세청에 들어간 적이 있다. 국세청에서는 비밀리에 수십 명의 조사관들을 선발해 불시에 찾아가 세무조사를 감행하였다. 단돈 100원짜리 영수증 한 장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만큼 철두철미한 세무조사였다. 회사 측에서 내놓는 커피마저도 마시지 않았다. 그야말로 원리원칙대로 직무를 수행했던 것이다.

결과는 단돈 1원도 탈세한 일이 없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럴 리가 없다며 아무리 계산을 다시 해봐도 요지부동이었다. 감격한 국세청장은 유한양행의 너무나도 깨끗한 기업정신을 찬양하는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세법상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노라고 내외에 공표하였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자신이 설립한 육영재단 앞으로 기부한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 사장에 그 회사, 그 자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조 정조 때 흉년으로 인한 기근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해 전 재산으로 쌀을 사서 분배한 거상 김만덕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역사적 사례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서양의 지도층 인사들의 모범을 본받아야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바른 본을 보여주기 바란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기대는 오히려 지도층으로부터 맑은 물 대신 구정물을 만들어내어 우리 사회를 온통 진흙탕으로 만들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권력이 있는 사람과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나가야할 때이다. 권력은 누가 준 것이며 그 재산형성은 누가 가능케 한 것인가?

세계 최고 부자 중 한명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1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슈퍼 부자 감싸기 중단하라(Stop Coddling the Super-Rich)’에서 자신을 비롯한 ‘슈퍼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촉구한 것은 한국정부와 부유층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국민을 위해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비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깨달아야한다. 그만큼 누리고 있으면 그만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그러한 사회적, 국가적 의무를 다하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나갈 때 선진국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유춘택<전주시자원봉사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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