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사회적 한계’에 대한 숙의(熟議)
‘성장의 사회적 한계’에 대한 숙의(熟議)
  • 최낙관
  • 승인 2011.08.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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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더욱 세계의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시장의 안정성과 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주가는 연일 급락을 반복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 먹이사슬의 정점에선 공룡처럼 세계경제를 지배해 왔던 미국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깊은 시름에 빠지고 있다. 시장경제의 불신으로 인한 경제침체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경제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에도 경제침체의 도미노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미 시작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위기가 독일, 프랑스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역시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저성장, 고실업, 고물가에 시달리며 짧은 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우리 한국경제 또한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경제의 불신과 침체로 인한 성장의 위축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가? 세계경제는 물론이고 우리 한국경제에도 큰 파장을 주고 있는 경제의 위기는 단순히 시장경제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의 비도덕적인 이윤추구 동인과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성장과 진보는 자기 합리적 행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합리적 행위는 합리적 사고에 기초한다. 합리적 사고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이고 논리적인 규칙에 따라 사고하는 것이며 이는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합리적 사고는 따라서 시행착오와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함께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또한 학습과정을 통해 확대되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과 사고방식이 경제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많은 부분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결과 무절제한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고가 팽배해지고 개인적인 욕구와 성공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었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일찍이 저명한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가 지적했던 ‘천민자본주의’의 망령이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경제의 발전을 견인했던 주축으로서 기업과 기업가의 역할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처럼 자리 잡고 있는 혁신거부적인 기업의 ‘창조적 파괴의 과정’과 ‘기업가 정신의 퇴색’은 다수의 보통 시민들에게 성장의 사회적 한계를 경험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본다. 독과점적 시장지배 그리고 가격왜곡은 다수 시민들의 복지에 해를 입히는 대표적인 형태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희소한 재화들을 소수의 사람들만이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과두적 선점’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경치 좋은 장소가 누군가에 선점되어 배타적인 소유지가 된다면, 동시에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 재화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즉 전 사회적으로 막대한 자원의 손실을 동반한다. 이처럼 성장의 사회적 한계는 ‘소수의 결정에 의한 전제적 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시장경제의 성장과 함께 개인적 욕구는 시장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충족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재화의 상업화와 사유화는 소수의 과두적 선점에 의해 경쟁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자본주의나 시장경제 내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목표의 실현보다 개인적 욕구충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시장이라는 기제가 단지 개인적 선호와 선택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사유화와 상업화는 빈익빈 부익부를 가중시키는 불평등한 재분배를 사회적으로 구조화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한 해결책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본다. 성장의 사회적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대안 중 하나는 따라서 다수의 안녕과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복지일 수 있고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때문에 복지에 길을 묻고 있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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