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여섯 개의 주머니를 가진 아이들
<65> 여섯 개의 주머니를 가진 아이들
  • 문창룡
  • 승인 2011.08.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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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있으면 편리하다. 주머니에는 지갑이나 소지품을 넣어둔다. 주머니는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진다. 고생을 많이 하면서 사는 사람을 가리켜 고생주머니를 찼다고 한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해내는 사람을 꾀주머니가 있다고 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돈주머니가 두둑하다고 말한다. 그 증에서도 유독 어린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하는 것이 돈주머니인 것 같다. 사실 주머니에 돈이 두둑하면 나쁠 것은 없다.

주머니를 여섯 개나 가진 아이들이 있다. 그것도 돈주머니다. 사회 저변에 저출산과 맞벌이 분위기에 맞물려 한자녀가정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사회 현상이다. 외동딸이거나 외아들인 그들은 부모와 조모, 외조모로부터 충분한 재정지원을 받는 신인류(?) 특권층이다. 주머니 하나만 두둑해도 좋은데 여섯 개의 주머니가 모두 자신에게 열려있으니 신인류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좋은 것 같으나 문제가 많다. 여섯 명의 보호자가 주는 넘치는 후원이 부러움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할 것 같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섯 개의 주머니가 열리고 자라나는 과정에도 여섯 개의 주머니가 위력을 발휘한다. 그들은 고급스러운 음식과 의상은 물론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교육방식을 선택한다. 심한 경우에는 소형차 한대 값과 맞먹는 유모차를 구입하고 대학교 등록금보다 더 비싼 유치원을 선택한다. 그리하고도 여력이 남아 여섯 개의 주머니는 더 후원할 거리를 찾고 있다.

사실 여섯 개의 주머니로 후원하는 당사자들은 대체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한 세대들이 아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그러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세대의 대부분 아이들이 그처럼 자라지는 않는다. 상당수의 맞벌이 부부들은 열악한 보육시설에서 부모가 늦은 퇴근시간까지 아이들을 맡긴다. 부족한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하거나 돈벌이에 나선 대학생들이 부지기수이며 졸업하기도 전에 몇 천만의 빚을 진 대학생들도 있다. 그나마 취업이라도 빨리해서 자신의 생활 기반을 만들어 가면 좋으련만 취업현장에는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그래서 신인류는 이질감이 든다.

이러한 환경 속에도 유독 여섯 개의 주머니를 가진 신인류들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물질의 풍요가 주는 안락한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상상할 수 없이 비싼 주택문제와 생활물가도 그들의 고민거리가 아니고 아파하는 소외계층의 목소리는 구차한 몸짓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과연 그렇게 사는 삶이 인간(人間))다운 것인가? 그들 여섯 명의 스폰서(Sponsor)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자녀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먼저 가르치고 근검절약을 통한 봉사와 기부의 가치를 알게 해야 한다.

아기의 돌잔치 때 금팔찌를 치렁치렁 걸어줄 것이 아니라 맛있는 수수떡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데서 자녀의 가치 있는 인생의 팡파르가 시작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주머니속의 돈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함께 공을 차주고 할머니가 만든 전통 음식을 같이 먹는 것이다. 외할아버지가 구수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동화책과 외할머니가 뜨개질로 만든 장갑은 아이의 보물 중에도 가장 귀한 것이 될 것이다. 조상이 주는 경험이야말로 미래를 사는 자산이 된다. 이렇게 자라난 신인류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무리를 바른 길로 이끌어가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보다 더 성숙한 자녀교육에 대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문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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