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진보교육감들에게 거는 기대
64. 진보교육감들에게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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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0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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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든지 진보는 옳다. 세상을 바꾸어야한다는 이슈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늘 바뀌어야한다. 그러기에 세상을 바꾸어보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진보의 성향을 띠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진보를 표방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진보적인 성향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면서 세상을 바꾸어갔다. 인류의 문화는 그렇게 발전해 왔다. 따라서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진보를 자신만의 옷인 양 진보 정신을 독점하려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준다.

진보의 성향을 띤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겨나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목격해왔다. 그들은 변절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되기도 하였으며 정의실현의 명분으로 피 냄새를 뿌리기도 하였지만 결국 자기 스스로 보수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권력의 맛을 본 순간 그들은 이미 본질적으로 진보가 아닌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권력을 잡은 어설픈 진보들은 사회 개혁을 위해 순수하게 헌신하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신들의 지지기반이었던 약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변질되어 그들을 정치적 도구로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역교육의 중요한 헤게모니를 쥔 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하면서 개혁의지가 강한 지역들에서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보수적인 교육계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진보교육감의 등장은 반길만한 일이다. 그런데 제대로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진보적 교육성과를 내기 위한 몸부림이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감사기능을 강화해서 사정의 칼을 휘둘러보지만 교육현장에는 칼자국만 남을 뿐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 처음에는 산뜻해 보이지만 결국 자기식구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띠게 된다.

진보교육감들은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운동을 펼쳐 보려는 시도조차 ‘그들만의 리그’로 보이고 있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진보적인 교육성향은 옳은데 왜 공감을 얻지 못하는가? 그것은 ‘포용력의 부재’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잘못은 다 그놈들 탓이고 그 놈들을 혼내서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진보교육감들의 딜레마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을 때는 그러한 생각이 맞다. 그럴 수도 없는 일이지만 비록 ‘혼내주어야 할 그놈(?)’들을 다 쫓아내고 그 자리에 ‘입맛에 맞는 사람’을 모두 앉혀 놓으면 교육이 달라질까? 이러한 이념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직접적인 피해는 학생들이 입을 뿐이다. 교실에 필요한 사람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학생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취임 1주년을 맞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원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매우 좋은 정책을 내 놓았다. 사실 교원업무경감은 어제의 고민이었고 오늘의 문제이며 내일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원업무경감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업무를 행정실이나 관리자에게 떠넘기지 않고 행정지원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업무 떠넘기기 방법의 교원업무경감정책은 실패하게 되어있다. 그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불만을 가진 다른 계층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풍선효과의 이론에 의하면 다른 쪽으로 밀린 공기의 압력은 지속적으로 원상복귀하려는 성향을 띤다.

학교는 혁신되어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 위기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 탓이라 여기는 진보교육감들의 의식이 학교를 혁신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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