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예능계서 부상… 전성시대 다시 올까
'밴드', 예능계서 부상… 전성시대 다시 올까
  • 관리자
  • 승인 2011.08.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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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에서 비주류로 여겨졌던 밴드 뮤지션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주류 방송사의 전파를 탈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밴드들이 MBC TV '나는 가수다'와 KBS 2TV 밴드 오디션 '톱밴드' 등 예능 프로그램 나들이가 잦아진 것.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 백두산의 보컬 유현상과 기타리스트 김도균, 부활 보컬 출신 박완규 등 로커들은 이제 친근한 안방극장 스타로 떠올랐다.

당초 일부 밴드 뮤지션들은 음악이 외면받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고육지책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으나 밴드와 자신들의 음악을 대중에게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많은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향이 프로그램 시청률을 기반으로 한 일부 뮤지션의 반짝 인기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하며 "1980년대 그룹사운드 전성시대 후 밀려난 밴드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음원 판매와 공연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밴드 뮤지션들, 잇따른 안방극장 나들이 = 선두주자는 김태원이다. 그는 MBC TV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로 따뜻한 리더십을 선보인데 이어 KBS 2TV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음악 감독도 맡았다. 청춘합창단에는 김태원의 추천으로 박완규가 함께 출연 중이다.

유현상과 김도균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이들은 MBC TV '세바퀴'와 MBC TV '황금어장' 코너 '라디오스타', 엠넷 '비틀즈 코드' 등에 출연해 기타 연주와 입담으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김도균은 지난 3일 전화 통화에서 "어제 부산 해운대에 공연 차 다녀왔는데 공항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해 놀랐다"며 웃었다.

'나는 가수다'에서 밴드의 자존심을 지킨 YB와 새 출연진인 자우림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그간 YB가 이 프로그램에서 부른 '크게 라디오를 켜고' '런 데블 런' '빙글빙글' 등의 노래는 온라인 음악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자우림은 지난달 31일 첫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

'톱밴드'는 온전히 밴드가 주인공이다.

백두산,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노브레인, 체리필터 등의 밴드 뮤지션들이 도전 밴드를 지도하는 음악 코치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낯을 익혔다. 게이트플라워즈, 하비누아즈 등의 도전 밴드들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도 올랐다.

이러한 관심을 간파한 삼성전자는 국내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을 메세나 (기업이 문화예술, 스포츠 등을 지원하는 활동) 캠페인 '하우 투 리브 스마트 레슨(How to live SMART Lesson)'의 새 주인공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2003년 록 부활을 내걸고 프로젝트 그룹 'D.O.A'를 결성했던 세 사람은 최근 캠페인 영상 촬영에서 서로의 곡을 엇갈려 연주했다. 이들의 합주 영상은 내주 초 다음TV 팟을 통해 공개된다.

김도균은 "장발을 하고 전자 기타를 연주하는 센 이미지가 일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고무적이다"며 "김태원, 신대철 씨와 'D.O.A' 이후 오랜만에 기타로 하모니를 이루니 감회가 새롭더라"고 말했다.

◇TV 속 인기, 음반.공연계로 이어져야 = 밴드 뮤지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한 음악 프로그램 PD는 4일 "김태원 씨가 로커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으로 호응을 얻은 걸 시발점으로 밴드 뮤지션들의 출연이 잇따랐다"며 "더불어 '나는 가수다'와 '톱밴드' 등 프로그램들이 감동 코드로 음악을 전달하며 관심을 배가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주류 미디어가 일방향으로 유통한 아이돌 음악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이 있다"며 "시청자들이 노래와 연주가 음악의 본질임을 깨달으며 독자적이고 개성있는 음악을 지향하는 밴드로 관심의 지평을 넓혔다"고 분석했다. 밴드들도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는 "100% 미디어의 영향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면서도"TV에서 밴드의 공연과 악기 연주자들의 라이브가 노출되면서 우리에게 인상을 찌푸리던 중장년층도 시선이 달라졌다. 무대에 오르면 능동적인 관객층이 넓어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뮤지션의 화제로 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인디 레이블의 대표는 "'나는 가수다'로 주목받은 임재범 씨의 공연이 매진됐지만 이 영향이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의 밴드 음악 저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가요 관계자들은 지금의 조명이 음반(음원) 판매와 공연 시장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석 씨는 "이런 양상이 급작스럽게 판도를 바꾸진 않겠지만 음악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감상 목적 그 자체로 가치있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음반(음원)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타 밴드들이 등장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우도 "공부도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지원이 있을 때효율이 높듯이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공연해 온 밴드들에게 미디어는 지원자가 돼야한다"며 "'톱밴드' 등이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때 시청자들의 발길이 홍대 공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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