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단상(斷想) - 입국거부는 잘한 일인지
일본에 대한 단상(斷想) - 입국거부는 잘한 일인지
  • 유길종
  • 승인 2011.08.0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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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일본이나 일본인을 잘 알지 못한다. 대학에서 일본에 관련된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직업도 일본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상식선에서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국사나 세계사 시간에 배운 것만으로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국화와 칼’, ‘축소지향의 일본인’, ‘일본은 없다’ 등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은 있지만, 그것으로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몇 차례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일본을 구경하고, 근자에 일본 회사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아 사건처리를 해 준 것이 필자가 몸으로 직접 경험한 일본과 일본 사람의 전부이다.

여행을 하면서 구경한 일본은 참 인상이 좋았다. 누구나 하는 이야기이지만, 깨끗한 거리, 철저한 질서의식,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는 마음과 자세, 너무나 친절한 태도 등은 인상적이고 부러웠다.

일본 회사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처리하면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변호사와 약정을 하고, 그 내용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당연했고, 그들은 일단 원칙에서 벗어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일본 회사가 채권자로서 채무자가 다른 사람과 공유하던 토지에 대해 경매를 신청해 놓고 있었다. 그 사건에서 경매가 되는 부분은 채무자의 지분인데, 해당 토지 전체를 사용하고 있던 다른 공유자가 입찰을 하면 자신이 우선매수청구를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결과 위 토지에 대한 경매는 자꾸 유찰이 되고 최저경매가격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그 타개책은 채권자인 일본 회사 측에서 누구를 내세워 적절한 가격으로 입찰을 하는 것이었는데, 일본인 사장은 그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 부동산 지분을 살 의사가 없이 다른 의도로 매수청구를 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는 이유였다.

직접 경험한 일본과 일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좋은 반면에, 언론보도로 접하게 되는 일본의 정치, 정치의식이나 외교는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졸렬하기 그지없고, 독도에 관한 그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일본 자민당 의원 몇 명이 울릉도 방문을 시도했다가 입국이 거부된 일로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시끄럽다. 독도에 관한 일본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고, 이번에 울릉도 방문을 시도한 일본 의원들의 저의가 명백하더라도, 그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이 방법론적으로 옳은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법무부 장관이 이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이 위법은 아닐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이유가 있는 경우 법무부 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자민당 의원들의 행위는 충분히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의 입국 자체를 막는 것이 독도 문제에 관한 우리의 단호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법무부 장관의 입국거부 조치가 그들의 정치쇼를 도와준 셈이 되고, 향후의 대책도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일단 이들은 이번 방문시도로 우리나라와 일본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들의 행태가 이렇게 눈길을 끌자 보수 성향 의원들이 울릉도 방문 계획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한다. 이것으로 이번 방문을 시도한 자들은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의원 몇 명이 울릉도에 와서 둘러보고 돈쓰고 가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이들을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나갔더라면 덜 시끄럽지 않았을까? 그것이 그들의 의도에 말리지 않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우리는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는 일본 의원들의 입국을 계속 거부할 것인가?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독도 문제에 관한 한 냉정한 대응이 제일 중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는 마당이다. 이번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조치는 일본 내 일부 극우 정치인들의 정치쇼에 우리가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여 결과적으로 그들을 도와 준 꼴이 된 것은 아닌지 영 개운치 않다.

유길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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