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과 경제 민주화
독과점과 경제 민주화
  • 이상직
  • 승인 2011.08.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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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와 무상복지 등 복지 논쟁에 이어 경제 민주화가 시대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서민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절 대기업 개혁을 주장한데 이어 최근 민주당이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대기업-중소기업간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표명하고 나섰다.

올 초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초과이익 공유제에 이어 더 이상 대기업의 횡포를 용납할 수 없다는 또 다른 용트림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이제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아마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 등 향후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핵심 논제가 될 것이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대기업의 횡포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서민들과 가장 밀접한 통신과 유류, 그리고 유통(流通), 항공시장 등 이른바 4대 독과점산업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일명 모바일 시대로 일컬어지는 통신시장은 휴대폰 가입자만 1개 회사당 2천만명에 달해 성인 대부분이 하루 종일 휴대폰과 부대끼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하고 있다.

마이카 시대로 이미 1가족 1차량 시대를 넘어선 유류시장 역시 서민과 가장 밀접한 산업이다.

또한 항공자유화 시대를 맞아 이스타항공과 같은 저비용항공사가 이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앞당긴 노력 덕분에 국민 누구나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독과점 산업은 거대한 공룡처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마구잡이로 털어가는 식탐(食貪)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실례로 분석해 보면 S통신사의 회원이 2천만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가입자 1명당 한달에 기본료+이용료를 외국과 비교해 한달에 2000원 비싸게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1개월에 400억원, 1년이면 거의 5천억원에 해당되는 엄청난 이용을 국민들이 지불하는 셈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 마다 춘향이 널 뛰듯 가격을 올리는 휘발유 등 유류 역시 정부가 L당 2천원 이하로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마저 어렵게 되자 대형마트 주유소를 늘리겠다는 대안주유소 정책까지 발표하는 등 기막힌 현실이다.

항공시장은 어떠한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가격 담합은 오래된 관행이고 이스타항공과 같은 국민항공사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 자회사를 설립한데 이어 저비용항공사와 거래하는 여행사들을 압박하는 파렴치한 영업활동을 벌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한항공 103억9700만원, 아시아나 6억4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유통시장 역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마트, 편의점까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서민들의 삶터인 재래시장과 골목 슈퍼마켓까지 몽땅 빼앗아 가고 있다.

소득 불균형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Gini係數)는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하위에서 7번째로 랭크돼 있고 실질적인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체감 수준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꼴찌라고 한다.

이젠 경제 민주화다.

정부 수립 후 우리의 많은 선·후배들이 독재에 항거, 목숨을 잃어가며 때론 거리에서 최루탄을 맞아 가며 세계 최고수준의 선진 정치 민주화를 이뤄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뒤늦게 대기업 개혁에 시동을 건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크게 환영할 일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와 부자와 서민들과의 하늘과 땅 차이인 부(富)의 불균형을 지금부터 법과 규제 등 제도개선을 통해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

심신이 지치고 힘든 여름 휴가철을 맞아 경제 민주화의 핵심을 소설로 설파한 조정래씨의 장편소설 ‘허수아비’를 다시 한번 음미하고 싶다.

이상직(이스타항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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