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태를 바라보는 단상
한진중공업 사태를 바라보는 단상
  • 윤진식
  • 승인 2011.08.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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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에서 버스파업사태로 전국적 관심지역이 된지 엊그제인데 이젠 국민의 눈과 귀가 온통 부산 영도에 쏠려 있는 것 같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로 촉발된 노사대립이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8개월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2003~2007년 사이에 유래 없는 대호황을 맞이했었다. 당시 현대중공업 주가가 4천 원에서 140만 원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이때 한진중공업에서도 많은 수익을 올렸지만 한진중공업은 국내조선소 규모가 다른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작아 장차 국제경쟁력에 문제가 있을 걸로 판단하였고, 2006년에 필리핀의 미군기지였던 수빅만에 영도조선소 10배 규모의 조선소를 짓기 시작해서 2007년 말에 1단계 공사가 끝마치게 된다. 그런데 중국 조선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부터 3년간 일반 상선의 주문이 단 한건도 없게 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고 급기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다.

이후 회사는 2009년에 사내하청 근로자 1천200명 이상을 해고하고, 다시 정규직 800명을, 그리고 2010년 말에 생산직 1천200명의 30%인 400명의 정리해고 계획을 추진하게 되는데, 정년퇴직 28명과 희망퇴직 200명 이외에 금년 초에 172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되는데 여기서 지금의 사태가 촉발하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현재는 해고노조원을 중심으로 200명 정도가 농성 중이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7개월이 넘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희망 버스'가 3차례 영도조선소 근처까지 접근해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었다. 처음 노사간의 대립으로 촉발되어 다시 사측과 노동계의 갈등으로 불길이 번지고 급기야는 이제 사측과 진보진영의 갈등으로 비화했고, 최근에는 시민ㆍ사회단체들 간의 반목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로 나뉘어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이미 자체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고 정치적 해결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 한진중공업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필리핀 수빅만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신 국내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무조건 성토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무도 부담하지만 근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생산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부분에 투자를 하는 것을 무턱대고 나무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덴마크 같은 나라에선 이러한 경우에 고통을 사회전체가 분담하는데, 해고되어도 실업급여가 기존 월급의 70% 정도로 2년간 지급되고 재취업지원 제도도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구조조정을 둘러싼 파업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이와 같은 실업 안전망을 정비하고, 지역 차원에서 일자리 관련 기금을 모으고, 재취업 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비를 하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여기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가 극한으로 치닫는 일회성 감정몰이에만 전념하지 말고 이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여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갈등요인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진지한 성찰과 대안의 시간을 갖는 계기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 사내하청 문제, 정리해고 문제 등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하지 않고 정치적 해결과 같은 일회성 대책에만 급급할 경우 이러한 구도는 끝도 없이 반복될 것이다.

지난번 ‘버스파업’ 사태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대립과 충돌의 희생주체는 언제나 시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는 노ㆍ사ㆍ민ㆍ정을 망라한 범 도민적인 ‘분쟁조정 중재단’과 같은 사회적 분쟁 해결기구를 결성하고 분쟁구역으로 달려가서 언제든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수 있는 상설화된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실업대책이 미흡하다면 범 도민적 차원에서 실업기금마련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거나 재취업 지원제도의 육성 등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대하여 정말 진지하게 검토해보자고 제안을 하는 바이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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