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방학인데 왜 학원인가?
63.방학인데 왜 학원인가?
  • 문창룡
  • 승인 2011.08.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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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달리는 것 중에 사교육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토익 순위 세계 111위다. 다양한 형태의 입시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니까 사교육비 대비 교육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노는 아이, 거리의 아이, 손재주 있는 아이, 책 많이 읽은 아이, 그림 그리는 아이, 노래 부르는 아이, 게임에 몰두해 있는 아이 조차도 입시에 관련한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입시가 이루어진다면 사교육비의 문제는 단숨에 해결될 수도 있다.

사람의 개성을 존중해서 각각의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신바람 나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험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일이다. 뭐든 전문가가 되면 잘 살 수 있는 세상 아닌가? 그런데 학교교육과 입시는 아직도 봉건 시대부터 줄곧 채택했던 지필 위주의 평가를 취하고 있다. 지금의 입시에는 기득권자들의 찬란하게 휘날리는 깃발만 보일 뿐이다. 지방의 초·중등학교와 대학들이 모두 쇠락하고 기득권자들의 자리 지킴만 있는 나라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속칭 ‘안전 빵’이란 말을 영원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입시는 ‘한 줄 세우기’ 방식인 수능 점수의 서열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가도 고만고만한 학생들이 모여 고만고만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학의 모습이다. 그곳에는 초점 잃은 눈빛들이 방향을 잃은 채 무한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재능들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이제 싸구려 인력 송출업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위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그곳에 안주하며 자리 지키기에 연연해서도 안 된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한 사람이 백만 명의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두뇌 혁명의 선발 주자들이 되어야 한다.

‘여러 줄 세우기’ 입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평등한 평가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열린 사고를 가진 학생들이나 뜻이 있는 선각자들은 여러 줄 세우기 평가야말로 가장 실현가능하며 지극히 평등한 평가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선발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전국 각지의 대학에는 지역과 국가와 인류를 위해 공헌할 인재들이 자라나는 산실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이 그렇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물어 왔다. “아빠! 우리나라에는 근대를 대표할 만한 세계적인 인물이 없는 것 같아요. 맞죠?” “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같은 분이 계시잖아….” 대답을 해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의 근대역사는 반성해야 할 점이 참 많아보였다. 좋은 차를 타고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은 많이 나왔지만 정신적으로 시대를 이끌어 가는 진정한 인물이 많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그래서 딸아이의 질문이 모든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말하면 무리가 있을까?

방학기간이다. 제발 방학만큼은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농구도 많이 하고 하이킹도 가보고 복지회관에 가서 수영을 하는 아이들이 마냥 행복한 나라! 자신의 생각을 펼치며 가능성을 키우는 공부를 하는 나라! 방학만큼은 건강을 위해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는 나라! 사교육비가 세계에서 제일 적게 들어 부모들의 지갑이 두둑해 지는 나라! 그래도 맘 편하게 잘 수 있는 나라! 이런 나라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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