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有備無患)
유비무환(有備無患)
  • 서삼석
  • 승인 2011.08.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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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구멍 난 것처럼 쉴 새 없이 퍼붓는 비를 감당하지 못해 주택이 붕괴되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소중한 생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는가 하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한적한 곳으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그리 큰 국토가 아님에도 상반(相反)된 기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상기후의 위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았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올 여름 휴가만큼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전달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으로 보냈으면 한다.

선제적 물관리의 필요성

물은 농업인의 생명줄이다. 물로 인해 한해 수확이 결정되고,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유난히 태풍이 빨리 오고, 비도 평년보다 두 배 이상 내리면서 이들의 속을 더욱 타들어가게 했다. 여유로움으로 도시민을 유혹하던 마을의 소중한 재산들이 게릴라성 폭우로 순식간에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어 버리고, 수백 년 넘게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산천의 자태는 하룻밤 사이에 산사태로 사라져 버렸다. 이번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는 우리 모두에게 큰 아픔을 주었지만, 교훈도 많았다. 우리나라 심장인 서울이 물에 잠기면서 도로가 막히고, 통신·전기가 두절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여기저기 뒤엉켜 있는 자동차며, 아파트 3층까지 흙이 밀려와 사다리를 이용해서야 몸 하나 겨우 빠져나올 수 있는 아파트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따로 없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연강수량의 3분의 2정도가 6월에서 9월에 집중되어 있고, 물 사용량의 90%를 하천에서 취수해야 하는 지리적·자연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 열악한 자연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선조들이 치산치수(治山治水)를 그렇게 강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산과 천을 잘 관리하고 돌봐서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재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당연한 당부를 망각한 채 살지 않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상상을 초월한 게릴라성 폭우가 원인은 제공했지만, 편리함을 핑계로 도로 대부분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바꾸어 놓아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사라지게 한 우리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저수지둑높이사업, 홍수예방 효과 커

과거 5년간 홍수피해 복구비만 21조원이나 투입되었지만, 수해는 왜 해마다 반복되는 것일까?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들을 당연히 우선시해야 했지만, 예산수반 및 시급을 요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기상이변에 대비한 대책이 후순위로 밀려 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런 일들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국민들의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으며, 재난이 발생하면 천재(天災)냐, 인재(人災)냐를 놓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기에 급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집중호우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에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임시방편(臨時方便)의 복구가 아닌 재난을 항구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재해대책시스템으로 전환해서 운영을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전국적으로 수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업들이 진행 중에 있다. 우리 전라북도에서도 금강, 섬진강수계 등 15개 지구 저수지 둑을 높여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우는 사업을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북도내의 경우 3,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약 2천 7백만톤의 깨끗한 물을 추가로 확보해 갈수기에도 용수를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서 하천의 건천화 방지 및 수질개선에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물을 받을 수 있는 저수지의 그릇이 커지면서 홍수 조절능력이 월등히 향상되어 요즘처럼 빈번하게 나타나는 게릴라성 폭우로 인한 피해도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와 소방방재청에서 태풍 ‘메아리’ 피해규모를 조사한 결과 약 980억으로 집계되었다. 지난해 금년도 강수량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 태풍 ‘곤파스’ 피해액 1,951억원에 비하면 무척 고무적인 수치다. 장마는 끝났지만, 집중호우와 태풍이 언제 우리에게 불어 닥칠지 모른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수해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대안마련을 지금부터 시작하자. 더불어, 재해 등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서로 위로하고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환난상휼(患難相恤)의 덕목을 잊지 않아 나눔의 문화가 더욱 빨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서삼석(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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