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먹으며 눈물 흘리는 강호동
수박 먹으며 눈물 흘리는 강호동
  • 최두현
  • 승인 2011.07.3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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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강호동, 이수근 등이 출연하며 재미와 교양, 감동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은 강호동이 씨름선수로 천하장사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다. 운동선수 출신에서 방송인으로 대박 난 강호동. 그의 끼와 능력을 수 년 동안 보아왔기에 그 예능감각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강호동에게서 최근 한 가지 더 멋진 모습을 봤다. 우리지역 고창군을 방문한 1박2일팀의 농사체험 모습을 보고 그는 유능한 예능인이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창에서 수박 농사를 돕고 난 이 우람한 체격의 사나이는 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수박을 한 입 먹었다. 나는 이 상황에서 강호동은 그 특유의 약간은 촐랑거리는 태도로 수박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는 과장된 리엑션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농산물의 참 의미를 아는 사람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천하장사 강호동은 큰 얼굴에서 연신 나오는 땀과 함께 눈이 촉촉해졌다. 이 수박이 나오기까지 농민들의 고생을 생각하니 그저 맛있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는 눈빛과 함께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먹고 있는 이 수박이 바로 농민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맺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돈의 가치로 환산되는 이 시대에 그 땀방울의 의미를 이해하는 그는 멋지고도 멋진 사람이었다.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다. 시골집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침 08시 아버지는, 벌써 그 소리만 들어도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예초기를 메고 밤나무 밭엘 가셨다고 한다. 열사병으로 농촌 노인들이 사고를 당하곤 하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다. 아버지는 그렇게 알밤 하나를 위해 여름철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에도 산에서 풀을 깎고 계셨다. 그런데 아버지의 밤나무 밭 풀 작업은 매실 밭과 감나무 밭을 지나 세 번째 작업이라고 한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컴퓨터 두드리며 일하거나, 차타고 갈등 현장을 다니는 나를 되돌아보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

그런데 여름철 비 오듯 땀 흘리는 사람은 우리 아버지만이 아니다. 옆집 기철이 아버지도, 고창의 수박농장에서도, 봉동과 삼례의 하우스 농장에서도, 전주의 복숭아밭에서도 지금 이 순간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땀은 계속 흐르고 있다.

더위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

설정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1박2일 멤버들은 웃기는 데는 장사지만 조금 무식해 보인 면이 있다. 그런데 그 무식을 상쇄하고도 남는 풍부한 감성, 농산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과 땀을 흘려야 하는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관계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읽어낼 수 있는 강호동은 매우 유식하고, 더없이 영리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농민이 만들어낸 먹을거리는 우리 모두의 생명 줄이다. 긴 장마 끝에 나온 이 햇빛은 우리 국민의 생명 줄인 농산물을 키우는 거의 유일한 원료다. 그러니 덮고 짜증나는 더위지만 참고, 누구말대로 여름휴가도 보내주고 1년 내내 한쪽에 세워두었던 에어컨도 켤 수 있도록 해준 더위를 감사해버리자. 농민들이 이 여름 쏟아내는 땀이 가을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마 그러면 훨씬 더 시원하고 재미있게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최두현 <전라북도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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