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는 관용체제에 대한 도전
노르웨이 테러는 관용체제에 대한 도전
  • 김우영
  • 승인 2011.07.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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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근대 자유주의 역사는 종교적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관용체제에서 발전하여 이를 정치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정치적 자유주의는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신념체계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는 관용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궁극적인 선이라는 하는 것이 하나가 아니라 둘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선을 존중하는 것은, 자유주의 사회를 사는 시민들의 덕목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타인들의 신념체계와 생활방식에 대한 관용의 태도를 습관화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인근의 우토 섬에서 발생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에 의한 76명의 집단 살인은 무목적적인 살인이 아닌 목적을 가진 테러라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는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 세계 2위의 부자 나라, 최고의 복지 국가, ‘지상낙원’으로 평가되는 나라에서, 자국 노르웨이 인에 의해서,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오염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집권당에서 주관하는 캠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테러행위가 자행되었다는 것은 노르웨이 국민들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브레이빅이 밝히고 있다고 주장되는 테러의 이유는 우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그의 테러는 집권당의 외국인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다문화주의 정책과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는 노르웨이의 극우파 정당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 이유는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행동은 이슬람을 포함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해 적대적인 극우 민족주의적 신념의 발로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그의 광기 어린 학살극은 사실 어떤 이성적인 이유로도 설명되기 어렵다.

일부에서 브레이빅의 광기어린 학살극을 외국인 이민자를 수용하는 다문화주의 정책에 대한 경종으로 해석하는 것, 역시 지나친 비약이다. 국내의 인터넷 글들에서 노르웨이에서의 참사를 빌미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의 글이 발견되기 하는데, 이는 외국인 이민자들과 다문화 가정이 우리의 주위에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 하고 있고, 그들과의 사이에서 문화적 충돌과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문화적 충돌과 갈등, 차별은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신념체계와 문화의 갈등과 대립은 지역적인, 계급적인 차원에서도, 소수자, 약자의 차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원주의에 대한 신념, 상호이해와 존중, 평화 공존, 관용의 미덕을 필요로 하고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최근 강조하는 다문화주의 교육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외국인 이민자의 수용, 다문화주의 정책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거스르기 어려운 현상일 뿐이다.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문화적 충돌, 실업자의 증가, 범죄의 증가, 복지 비용의 증가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국의 사회문제의 원인을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전가하고, 그들에 대한 증오와 반감을 적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왜곡된 정치적 신념의 표현일 뿐 아니라, 자유주의적 관용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반사회적 증오와 반감에 대한 희생양을 찾는 자기합리화적 행위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노르웨이에서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적 행위가 빈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학살극은 노르웨이 사회에서의 다문화주의 정책의 실패라기 보다는 사회적 통합과 개인의 친사회적 성향을 길러주는 사회적 시스템의 실패로 보아야 한다.

특히 노르웨이의 학살자 브레이빅이 부모의 반복된 이혼과 재혼으로 소외된 아동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족 해체로 인한 아동기의 정서적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은, 왜곡된 신념체계의 형성과 광기어린 행동을 산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로 다가온 다문화주의 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외국인 이민자들을 위한 사회 통합 프로그램, 내국인에 대한 상호 이해, 존중, 평화 공존을 위한 다문화 교육만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 이혼 가정, 빈곤 가정에서 발생하는 소외 아동들의 친사회적 성향을 길러주기 위한 관심과 배려, 보살핌이 필요하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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